글뜸

5월 8일 · 어스름한 밤

뜸 들이듯 마음에 새깁니다

오늘의 추천전체

#평온 글귀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었다.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길은 외줄기,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고,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어 있었다. 허 생원은 이런 밤이 좋았다. 길이 외로워지면 외로워질수록 그는 나귀의 잔등 위에서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길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고, 끝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한 평생 떠도는 일이 어찌 그리 부끄러운 일이라 하랴. 떠도는 길마다 메밀꽃이 피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였다.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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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있었다.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내 고향이다. 차마 꿈엔들 잊을까.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우어 고이시던 곳. 그곳을 떠나온 지 오래되었으나, 떠나온 만큼 그곳은 더 환해졌다. 사람이 한 번 떠난 자리에서 비로소 환해지는 풍경이 있다.

정지용, 〈향수〉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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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이 스치운다는 것은 별이 우는 것과 같다. 별이 우는 밤에는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곧 시인이다. 시인은 별의 울음을 받아 적는 자다.

윤동주, 〈서시〉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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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간다. 끊임없이 흘러가지만 강은 늘 그 자리다. 흘러가는 것은 물이 아니라 시간이며, 시간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다. 싯다르타는 강가에서 오래 앉아 있었다. 강이 그에게 가르쳐 준 것은 한마디였다. 모든 것은 동시에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강은 동시에 흐르고 있다. 어린 시절도 지금도 노년도 한 사람 안에 동시에 있다. 그것을 알면 시간이 무겁지 않다.

헤세, 《싯다르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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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작은 배에 혼자였다. 사흘 밤을 한 마리 큰 물고기와 싸웠다. 사람은 패배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마침내 물고기를 잡아 끌고 항구로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가 달려들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노인은 끝까지 싸웠으나 항구에 닿았을 때 남은 것은 거대한 뼈뿐이었다. 그래도 노인은 패배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진짜 싸움은 늘 자기와의 싸움이고, 자기와의 싸움에서는 누구도 패배하지 않는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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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어머니의 입맞춤 없이는 잠들 수 없었기에. 어느 날 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을 입에 넣은 순간, 잃어버린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이 한꺼번에 돌아왔다. 콩브레의 거리가, 정원의 라일락이, 종소리가, 한 번도 잊지 않았던 듯이 살아났다.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가, 아주 작은 감각 하나가 그것을 깨운다. 한 입의 차, 한 줄기의 향기, 한 모금의 빛.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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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은 꽃을 직접 사 오겠다고 말했다. 그날 아침 거리는 깨끗했고, 빅벤이 시간을 알렸다. 댈러웨이 부인은 알고 있었다. 한 여자의 일생이란 결국 한 번의 파티를 준비하는 일과 비슷하다는 것을. 누구를 부를 것인지, 무엇을 차릴 것인지, 어느 의자에 앉을 것인지. 그러나 진짜 일은 그것들 사이에 있다. 잠깐 멈춰서 들이쉬는 한 호흡, 누군가의 눈을 마주치는 한 순간. 그 사이가 곧 일생이다.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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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자, 돌아가자. 전원이 묵으려 하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이제까지 마음이 몸의 종이 되었으니, 어찌 슬퍼하며 홀로 슬퍼하지 않으리.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으니, 앞일은 따라잡을 수 있음을 알겠다. 길을 잘못 들었으나 멀리 가지 않았으니, 오늘이 옳고 어제가 틀렸음을 알았다. 배는 가볍게 흔들리고, 바람은 옷자락을 흩날린다. 길손에게 묻노니, 앞길이 어디인가.

도연명, 〈귀거래사〉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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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흡수되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열다섯 살의 마음. 풀밭에 누워 그 마음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떠올려도 돌아오지는 않는다. 다만 거기 있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여, 그것으로 충분한 봄날이다.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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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에서 봄에 죽고 싶구나. 음력 이월, 보름달이 뜬 그 무렵. 꽃이 피는 시절에 마지막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한 평생을 잘 살아낸 자의 복이리라. 꽃은 떨어지면서도 향기를 남기는데, 사람도 그러하기를.

사이교, 《산가집》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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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도 견디며 살던 이 거처를 떠나려 하니, 오히려 정이 드는구나. 사람이 이상하다. 머무를 때는 떠나고 싶다가, 떠나려 하면 머무르고 싶어진다. 마음은 머무름과 떠남 사이를 끝없이 오간다.

사이교, 《산가집》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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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면 누가 안다 하랴, 깊은 산 골짜기에 핀 꽃의 빛깔을. 보아 주는 이 없는 곳에서 피고 지는 꽃이, 그래도 자기의 자리에서 한껏 환하다는 것을. 알아 주는 이가 없어도 환할 수 있는 것이 마음이다.

사이교, 《산가집》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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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안에 쌀 세 되, 화로 곁에 한 다발 땔감.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누가 묻겠는가, 부질없는 미혹과 깨달음을. 묻지 않고 지내는 한 해, 그것이 가장 깊은 답이다.

료칸, 단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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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산골 암자에 두 다리 뻗고 듣는 빗소리. 이만한 즐거움이 또 있을까. 빗소리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가르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가르친다.

료칸, 단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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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미꽃이 피었구나. 가래 끓는 소리 막힐 정도로. 병상에 누워 창밖의 꽃을 본다. 꽃은 내 사정을 모르고 다만 자기 일을 한다. 그것이 위로다. 꽃이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꽃이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이 위로다.

마사오카 시키, 단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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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속에 등꽃 보랏빛이 한창이다. 머리맡에 두고 보는 봄은 어찌 이리 짧은가. 짧은 만큼 진하다. 진한 만큼 또 빨리 지나간다. 다만 머리맡에 한 송이라도 있는 한, 봄은 봄이다.

마사오카 시키, 단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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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이름을 곤이라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 리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곤이 변하여 새가 되니 그 이름을 붕이라 한다. 붕의 등은 몇 천 리나 되는지 알지 못하고, 붕이 한 번 날아오르면 그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다. 붕이 남쪽 바다로 옮겨 가는데, 물을 치며 삼천 리를 솟구치고,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를 오른다. 매미와 작은 비둘기가 그것을 보고 웃는다. 우리는 펄쩍 뛰어 느릅나무 가지에 앉으며, 어떨 때는 거기에도 닿지 못하여 도로 떨어지는데, 어찌하여 구만 리를 오르려 한단 말인가. 작은 지혜는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하고, 짧은 햇수는 긴 햇수에 미치지 못한다. 새벽 버섯은 한 달을 알지 못하고, 매미는 한 해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매미에게는 매미의 즐거움이, 새벽 버섯에게는 새벽 버섯의 길이가 있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잘 알지 못할 뿐이다.

장자, 《소요유》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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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모든 것의 근본이며, 마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흐린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하면, 그 뒤에는 괴로움이 따라온다. 마치 수레가 끄는 소의 발자국을 따르는 것과 같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맑은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하면, 그 뒤에는 즐거움이 따라온다.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다. 미움은 미움으로 멈추지 않으니, 오로지 사랑으로만 멈춘다. 이것은 영원한 진리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곧 죽을 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다투고, 죽을 줄을 아는 자는 다투지 않는다. 죽음을 늘 곁에 두고 사는 자만이 비로소 한 번도 죽지 않은 사람처럼 산다. 한 호흡 한 호흡이 곧 일생이며, 일생이 곧 한 호흡이다.

《법구경》 〈쌍요품〉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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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들꽃에도 천지의 소식이 깃들어 있다.

이광수, 《흙》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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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흙을 만지듯, 사람도 사람을 만져야 한다.

이광수,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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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너머에도 같은 달이 떠 있더라.

백신애풍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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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뒤의 하늘은 비 오기 전보다 깊다.

강경애풍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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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연못, 개구리 한 마리 뛰어드는 물소리.

마쓰오 바쇼, 하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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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 울음.

마쓰오 바쇼, 하이쿠

1분 필사평온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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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못에 떠 있는 달, 흐트러뜨리는 자가 누구냐.

마쓰오 바쇼풍, 하이쿠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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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다여, 종일 출렁출렁 출렁이는구나.

요사 부손, 하이쿠

1분 필사평온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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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 달은 동쪽에 해는 서쪽에.

요사 부손, 하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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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고, 이야기하며 가는 도롱이와 우산.

요사 부손, 하이쿠

1분 필사평온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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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깨물자 종이 울린다, 호류지.

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분 필사평온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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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 보는 달, 오늘 밤은 더 맑다.

마사오카 시키풍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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