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대여, 내가 할 수 있는 한 청하고 싶습니다. 그대 마음속 풀리지 않은 모든 것을 향해 인내심을 가지라고. 그 물음들 자체를 잠긴 방처럼, 아주 낯선 언어로 쓰인 책처럼 사랑하려 애써 보라고. 지금은 답을 캐묻지 마십시오. 그대가 아직 그 답을 살아낼 수 없기에, 답은 주어질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살아내는 일입니다. 지금은 그 물음들을 사십시오. 그러면 아마 그대는, 알아채지 못한 채 조금씩, 먼 어느 날 답 속으로 살아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제4신, 글뜸 번역
Ich möchte Sie, so gut ich es kann, bitten, lieber Herr, Geduld zu haben gegen alles Ungelöste in Ihrem Herzen und zu versuchen, die Fragen selbst liebzuhaben wie verschlossene Stuben und wie Bücher, die in einer sehr fremden Sprache geschrieben sind. Forschen Sie jetzt nicht nach den Antworten, die Ihnen nicht gegeben werden können, weil Sie sie nicht leben könnten. Und es handelt sich darum, alles zu leben. Leben Sie jetzt die Fragen. Vielleicht leben Sie dann allmählich, ohne es zu merken, eines fernen Tages in die Antwort hinein.
▸배경 이야기
1903년 릴케가 젊은 시인 카푸스에게 보낸 넷째 편지. 답을 서둘러 캐묻지 말고, 풀리지 않은 물음 자체를 낯선 언어로 쓰인 책처럼 사랑하며 살아가라 권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전문)
▸배경 이야기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의 표제시. 한용운은 떠난 님을 보내지 않았다고 말하며, 이별을 만남의 다른 이름으로, 침묵을 노래로 뒤집는다.
한 아이가 물었다, 풀이 무엇이냐고, 두 손 가득 그것을 뜯어 내게 가져오며.
내가 어찌 아이에게 답하랴. 나도 그 아이만큼밖에 알지 못하는데.
그것은 내 기질의 깃발이리라, 희망에 찬 초록빛 천으로 짜인.
아니면 그것은 주님의 손수건이리라,
향기로운 선물, 일부러 떨어뜨린 정표,
어느 모서리엔가 임자의 이름을 지녀, 우리가 보고 알아채고 묻도록. 누구의 것이냐고.
아니면 풀은 그 자체로 한 아이, 초목이 낳은 갓난아이이리라.
아니면 그것은 한결같은 상형문자,
넓은 땅에서도 좁은 땅에서도 똑같이 돋아나
검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흰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라며,
누구에게든 나는 똑같이 주고 똑같이 받는다는 뜻이리라.
이제 내게 그것은 무덤들의 아름답게 깎이지 않은 머리카락으로 보인다.
부드럽게 너를 쓰다듬으리, 곱슬거리는 풀이여,
너는 어쩌면 젊은이들의 가슴에서 돋아났으리,
그들을 알았더라면 나는 그들을 사랑했으리,
어쩌면 너는 노인들에게서, 혹은 어머니 품에서 일찍 떠난 아이들에게서 왔으리,
그리고 여기 네가 바로 그 어머니의 품이구나.
아, 나는 마침내 그토록 많은 말하는 혀들을 알아본다,
그것들이 공연히 입천장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알아본다.
젊은이와 노인들은 어찌 되었다고 그대는 생각하는가.
여자들과 아이들은 어찌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어딘가에 살아 잘 있다.
가장 작은 새싹이 보여준다, 죽음이란 실은 없음을.
설령 있었다 해도 그것은 삶을 앞으로 이끌었을 뿐, 삶을 붙들려 끝에서 기다리지 않으며,
삶이 나타난 순간 사라졌다.
모든 것은 앞으로 밖으로 나아간다, 무너지는 것은 없다.
죽는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한 것과 다르다, 그리고 더 다행한 일이다.
월트 휘트먼 《나 자신의 노래》 6, 글뜸 번역
A child said What is the grass? fetching it to me with full hands;
How could I answer the child? I do not know what it is any more than he.
I guess it must be the flag of my disposition, out of hopeful green stuff woven.
Or I guess it is the handkerchief of the Lord,
A scented gift and remembrancer designedly dropt,
Bearing the owner's name someway in the corners, that we may see and remark, and say Whose?
Or I guess the grass is itself a child, the produced babe of the vegetation.
And now it seems to me the beautiful uncut hair of graves.
Tenderly will I use you curling grass,
It may be you transpire from the breasts of young men,
It may be if I had known them I would have loved them.
They are alive and well somewhere,
The smallest sprout shows there is really no death,
And if ever there was it led forward life, and does not wait at the end to arrest it,
And ceas'd the moment life appear'd.
All goes onward and outward, nothing collapses,
And to die is different from what any one supposed, and luckier.
▸배경 이야기
1855년 초판 이후 평생 고쳐 쓴 휘트먼의 《나 자신의 노래》 여섯째 마디. 풀이 무엇이냐는 아이의 물음에서 시작해, 가장 작은 새싹으로 죽음이 없음을 증명한다.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머리를 높이 든 곳
앎이 자유로운 곳
좁은 집안의 담벼락으로 세계가 조각나지 않은 곳
말이 진실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곳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두 팔을 뻗는 곳
이성의 맑은 흐름이 죽은 관습의 황량한 사막 모래 속으로 길을 잃지 않은 곳
마음이 당신에게 이끌려 끝없이 넓어지는 생각과 행동으로 나아가는 곳
그 자유의 하늘로, 나의 아버지여, 내 조국이 깨어나게 하소서.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기탄잘리 35》, 글뜸 번역
Where the mind is without fear and the head is held high;
Where knowledge is free;
Where the world has not been broken up into fragments by narrow domestic walls;
Where words come out from the depth of truth;
Where tireless striving stretches its arms towards perfection;
Where the clear stream of reason has not lost its way into the dreary desert sand of dead habit;
Where the mind is led forward by thee into ever-widening thought and action
Into that heaven of freedom, my Father, let my country awake.
▸배경 이야기
1912년 타고르가 직접 영역한 《기탄잘리》 35번. 두려움 없고 앎이 자유로운 곳을 하나씩 열거하며, 그 자유의 하늘로 조국이 깨어나기를 기원한다.
변방 노인의 말이 달아났다. 사람들이 위로하자 노인은 이 일이 복이 될지 누가 아느냐고 했다. 달아난 말은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고, 아들은 그 준마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쳤고, 다친 다리 덕에 전쟁에 끌려가지 않았다. 오늘 잃은 것이 내일 무엇을 데리고 돌아올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새옹지마, 글뜸 풀이
塞翁之馬
▸배경 이야기
전한 회남왕 유안이 엮은 《회남자》 인간훈의 이야기.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니, 그 변화는 끝을 헤아릴 수 없다는 맺음말에서 이 넉 자가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