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 사랑은 아직 내 마음속에 다 꺼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을 더는 괴롭히지 않기를. 말없이, 희망도 없이 사랑했습니다. 그토록 진실하게, 그토록 다정하게 사랑했으니 부디 다른 이도 그렇게 당신을 사랑하기를.
푸시킨,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1829년 러시아 국민시인 푸시킨이 쓴 짧은 연시. 끝난 사랑을 원망 대신 축복으로 매듭지으며, 다른 이도 자신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기를 빈다.
9월 27일 · 짙은 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 사랑은 아직 내 마음속에 다 꺼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을 더는 괴롭히지 않기를. 말없이, 희망도 없이 사랑했습니다. 그토록 진실하게, 그토록 다정하게 사랑했으니 부디 다른 이도 그렇게 당신을 사랑하기를.
푸시킨, 글뜸 번역
1829년 러시아 국민시인 푸시킨이 쓴 짧은 연시. 끝난 사랑을 원망 대신 축복으로 매듭지으며, 다른 이도 자신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기를 빈다.
아주 오래전,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도 알지 모를 한 소녀가 살았습니다. 애너벨 리라는 이름의 그 소녀는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사랑받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 〈애너벨 리〉, 글뜸 번역
1849년 에드거 앨런 포가 죽기 직전 완성한 마지막 시. 바닷가 왕국의 어린 연인을 노래하며,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하는 순수한 사랑을 읊는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정지용 〈유리창 1〉
1930년 정지용이 어린 자식을 잃고 쓴 참척의 시.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외롭고 황홀한 심사로, 슬픔을 서늘한 이미지의 아름다움으로 견딘다.
나를 기억해 주세요, 내가 멀리 떠나거든, 침묵의 나라로 아주 가버리거든. 그러나 나를 기억하며 슬퍼하기보다, 차라리 나를 잊고 웃어 주는 편이 훨씬 나아요.
크리스티나 로세티 〈기억해 주세요〉, 글뜸 번역
1849년 크리스티나 로세티가 열아홉에 쓴 소네트. 죽음으로 헤어진 뒤를 상상하며, 기억하며 슬퍼하기보다 차라리 잊고 웃어 달라 청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의 표제작으로, 만해의 대표작. 떠난 님을 인정하면서도 보내지 않았다고 말하며, 이별을 새로운 만남의 예비로 뒤집는다.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김소월 〈먼 후일〉
김소월 초기 시로, 훗날의 '잊었노라'라는 대답을 빌려 지금의 그리움을 역설한다. 잊음의 말 속에 잊지 못함을 감추는, 반어의 절창이다.
한 젊은이가 한 처녀를 사랑했으나 그녀는 다른 이를 택했고, 그 다른 이는 또 다른 여인과 짝을 맺었네. 그것은 오래된 이야기지만 언제나 새롭다. 그리고 그 일을 겪는 사람의 가슴은 둘로 찢어진다.
하인리히 하이네, 글뜸 번역
독일 낭만주의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1827)에 실린 시. 엇갈린 사랑의 흔한 이야기가 겪는 이에겐 언제나 처음임을, 담담한 어조로 짚는다.
차라리 사랑하고 잃는 편이 낫다, 아예 사랑하지 않은 것보다.
앨프리드 테니슨 〈추모시〉, 글뜸 번역
1850년 테니슨이 요절한 벗 아서 핼럼을 추모하며 17년에 걸쳐 쓴 장시 《In Memoriam》의 한 구절. 사랑하고 잃는 편이 사랑하지 않은 것보다 낫다고, 상실을 긍정한다.
아무래도 놓치고 나서 가장 후회되는 것을 한 가지 꼽으라면 단연코 사랑일 것이다. 분명 사랑이었고, 앞으로도 사랑일 테고, 지금도 사랑인 순간들.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게 사랑이라 말하면서도 왜 나는 그 앞에서 망설였는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이렇게 그리워할 거면서.
태오 《당신이 정말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이만큼 사랑해 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내 아픔을 언젠간 너도 이해하게 될 거야." 이런 말들은 와닿지 않는 허풍일 뿐이었다.
정영욱 《구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