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박용철 〈떠나가는 배〉
▸배경 이야기
1930년 박용철이 김영랑과 함께 창간한 《시문학》 창간호에 실린 시. 박용철은 떠나야 하는 자의 망설임을 "나 두 야 간다"는 더듬는 반복으로 옮겨, 차마 못 떠나는 마음이 머무는 자리를 응시한다.
6월 23일 · 고요한 아침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박용철 〈떠나가는 배〉
1930년 박용철이 김영랑과 함께 창간한 《시문학》 창간호에 실린 시. 박용철은 떠나야 하는 자의 망설임을 "나 두 야 간다"는 더듬는 반복으로 옮겨, 차마 못 떠나는 마음이 머무는 자리를 응시한다.
산길을 오르며 생각했다. 지(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정(情)에 휩쓸리면 떠내려간다. 고집을 부리면 답답해진다. 어쨌든 사람 사는 세상은 살기 어렵다.
나쓰메 소세키 《풀베개》, 글뜸 번역
1906년 작 《풀베개》의 첫머리, 산길을 오르는 화가의 독백. 소세키는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어려운 인간 세상을 짚으며, 그 자리에서 예술이 비롯됨을 응시한다.
까치가 운다 자꾸만 찾아오니 어쩔 수 있나 문을 열어둔다 이윽고 커져간다 왈칵 쏟아내도 모자랄 만큼
글뜸 〈눈물〉
달이 가득 차오를 때 파도가 크게 요동치듯 빛날수록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글뜸 〈보름달〉
나와 함께 와서 놀자꾸나 어미 없는 참새여
고바야시 잇사 하이쿠, 글뜸 번역
잇사 여섯 살 때의 하이쿠. 세 살에 어머니를 여읜 아이가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참새에게 건넨 말이다. 잇사는 평생 가장 작은 생명에게 가장 가까이 머물렀다.
여름풀이여 무사들이 꾸던 꿈의 자취
마쓰오 바쇼 〈오쿠노 호소미치〉, 글뜸 번역
1689년 바쇼가 후지와라 가문이 멸망한 옛 전쟁터 히라이즈미에 들러 적은 하이쿠. 영광이 머물던 자리에 여름풀만 무성하다는 사실을, 한순간의 풍경 안에 가만히 담았다.
아침에 죽고 저녁에 태어나는 사람의 자리는, 물 위에 떠오르는 거품과 다를 바 없다.
가모노 초메이 《호조키》, 글뜸 번역
1212년 작 《호조키》 도입부, 강물의 흐름에 이어지는 한 줄. 가모노 초메이는 한 사람의 삶과 거처가 물 위의 거품처럼 한순간이라는 결을, 가마쿠라 초기의 격동 속에서 가만히 새겼다.
온 세상은 무대요, 모든 사람은 단지 배우일 뿐이다.
셰익스피어 《좋으실 대로》, 글뜸 번역
1599년 작 《좋으실 대로》 2막 7장 자크의 독백. 셰익스피어는 사람의 일생을 일곱 단계의 무대 연기로 옮겨, 우리가 모두 같은 길을 통과한다는 결을 짚어 두었다.
우리는 꿈이 만들어지는 재료이다. 우리의 짧은 일생은 잠으로 둘러싸여 있다.
셰익스피어 《폭풍우》, 글뜸 번역
1611년 《폭풍우》 4막 1장에서 프로스페로가 한 대사. 셰익스피어 만년의 작품에서 그는 사람의 일생을 꿈과 같은 재료로 정의했다. 단단해 보이던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음을 응시한 자리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정지용 〈호수 1〉
1930년 《시문학》 1호에 발표. 정지용은 단 두 연 짧은 시 안에 얼굴은 가릴 수 있어도 그리움은 가릴 수 없다는 자리를 새겨 놓았다. 보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호수로 옮긴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