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은 이토록 어려운데, 한 줄 글이 너무 쉽게 씌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어쩐지 부끄러워진다. 쉽게 쓴 문장은 쉽게 흩어지고, 어렵게 눌러쓴 문장만이 오래 남는다. 그러니 천천히, 한 자 한 자 눌러쓰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한다.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글뜸 풀이
8월 7일 · 맑은 오전
사는 일은 이토록 어려운데, 한 줄 글이 너무 쉽게 씌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어쩐지 부끄러워진다. 쉽게 쓴 문장은 쉽게 흩어지고, 어렵게 눌러쓴 문장만이 오래 남는다. 그러니 천천히, 한 자 한 자 눌러쓰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한다.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글뜸 풀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건 저 야경뿐이라는 거요
한강 《여수의 사랑》
방대한 지구 속에 개미 떼처럼 우글거리는 많은 사람들, 그 속에서 나는 왜 하필이면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는가?
박경리 《애가》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을 함부로 선망하고 가진 것을 폄하하는데 일생의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천국은 언제나 밖에 있고, 집은 지옥이다.
김서해 《여름은 고작 계절》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깨달았을 땐 이미 늦은 것이다 미리 우산 들고 외출했다가 막상 비가 내리면 택시에 우산 두고 내리는 사람처럼
류근 《상처적 체질》
안나는 자신이 홀로 죽고 잊히리란 걸 알고 있었다. 살아 있는 동안 누구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된 적이 없으니 죽음 또한 누구도 안타깝게 만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은희경 《시간의 감촉》
서른이면 많이 달라져 있을 줄 알았다.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깊은 관계 속에 있을 줄 알았고, 알 만한 작품에서 인정받는 역할을 할 줄 알았다. 서른이면 마음도 단단해질 줄 알았다. 실패에, 아쉬움에 연연하지 않을 줄 알았다. 내 인생이 안정기에 접어들 줄 알았다.
차재이 《무모하게 살고 미련하게 사랑하기를》
낭만은 비효율적이다. 마음을 쏟은 것들이 나를 더 슬프게 한다.
성동혁 《뉘앙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 〈향수〉 (전문)
1927년 《조선지광》에 실린 정지용의 대표작. 다섯 폭 풍경마다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가 후렴으로 돌아오며, 고향은 잊히지 않음으로 증명된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윤동주 〈별 헤는 밤〉 (전문)
1941년, 연희전문 졸업을 앞둔 윤동주가 쓴 시. 별 하나에 이름 하나를 붙여 부르며, 식민지 청년의 부끄러움과 그리움이 밤하늘 가득 헤아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