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뜸

5월 8일 · 어스름한 밤

뜸 들이듯 마음에 새깁니다

오늘의 추천전체

#우울 글귀

한 줄을 쓰기 위해 사람은 많은 것을 보아야 한다. 도시들과, 사람들과, 사물들을. 짐승과 새와 벌레들을. 어린 시절을. 부모를. 사랑을. 별이 빛나던 밤들을. 그러고도 충분치 않다. 한 줄이 한 줄로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이 다시 한 사람 안에서 침묵해야 한다. 침묵 속에서 한참을 지나, 그것이 더 이상 자기의 것이 아니게 된 후에야, 비로소 한 줄이 시작된다.

릴케, 《말테의 수기》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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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일생은 매우 단순하고 평범하면서도 가장 끔찍한 것이었다. 그는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죽음이 그의 곁에 다가왔을 때, 그는 자기가 잘못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사로잡혔다. 그 의심이 그를 가장 괴롭게 만들었다. 죽기 직전 그는 비로소 알았다. 잘못 살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그러나 늦지 않았다는 것도. 죽음 앞에서야 비로소 한 사람의 일생이 어떠했는지가 명확해진다. 그것이 죽음의 마지막 자비다.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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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는 푸른 불빛을 믿었다. 해마다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는 그 황홀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그때 우리에게서 빠져나갔다. 그러나 상관없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두 팔을 더 멀리 뻗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좋은 아침이…. 그렇게 우리는 흐름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나아간다. 모두가 그 푸른 불빛을 향하여.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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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머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양로원에서 전보가 왔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정중한 인사.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사람들은 내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울지 않았다고 나를 비난했다. 나는 다만 정직했다. 슬픔은 슬픔이 닿을 때 슬픔이 된다. 닿기 전에 슬프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정직한 자는 자주 비난받는다. 비난받아도 정직은 정직이다.

카뮈, 《이방인》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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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한 마리 거대한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알았다. 그는 갑옷처럼 단단한 등을 침대에 대고 누워 있었고, 머리를 약간 들면 갈색의 둥글게 부풀어 오른 배가 보였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놀랐고, 다음에는 미안해했고, 끝내는 그가 사라지기를 원했다. 그레고르는 알고 있었다. 자기가 더 이상 가족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것을 안 순간, 그레고르의 등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무거운 등을 진 자는 결국 일어서지 못한다.

카프카, 〈변신〉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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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생은 무엇이 될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되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것으로 거의 다 갔다. 사람들은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만, 나는 다만 무엇이 되지 않기 위해 살았다. 되지 않기 위한 일이 되기 위한 일보다 훨씬 어렵다. 매일 거울을 보며 거울 속의 나에게 묻는다. 너는 오늘 무엇이 되지 않았느냐. 거울 속의 그가 답한다. 다만 살아 있었을 뿐이다. 그 답이 마음에 든다. 종생기란 결국 그런 답을 모은 책이다.

이상, 〈종생기〉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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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 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 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그래도 나비는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한 번 절어 본 날개는 두 번째에는 더 멀리 갈 줄 안다. 무서운 줄 모르고 날아오른 첫 날갯짓이 그 나비의 평생을 이끈다.

김기림, 〈바다와 나비〉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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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는 동경 유학을 갔다 온 지식인이다. 학교에 갔고, 학위를 받았고, 돌아와서는 일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일자리는 없었다. 식민지의 거리에는 P 같은 청년이 골목마다 있었고, 골목마다 모두가 같은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P는 깨달았다. 자기는 미리 만들어진 인생이라는 것을. 학교에서 만들어 놓고, 사회는 사 갈 곳이 없는 그 인생. 모자도 양복도 다 갖추었으나 어디로 갈 길이 없는 그 인생. 그것을 P는 레디메이드 인생이라 불렀다. 레디메이드 인생은 만들어지는 데에 평생이 걸리고, 팔리지 않는 데에도 평생이 걸린다.

채만식, 〈레디메이드 인생〉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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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이렇게 적적할까. 친구를 만나고, 친구와 헤어진 뒤의 골목길. 한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어째서 만나기 전보다 더 큰 외로움을 남기는지. 그것을 알 무렵에는 이미 친구가 멀어진 뒤다.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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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등에 업었다. 그 어머니가 너무도 가벼워서, 나는 세 걸음을 떼지 못하고 울고 말았다. 한 사람의 평생이 이토록 가벼워질 수 있는가. 가벼워진 만큼 무거워지는 것이 자식의 어깨라는 것을, 그 가을 처음으로 알았다.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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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속에 등꽃 보랏빛이 한창이다. 머리맡에 두고 보는 봄은 어찌 이리 짧은가. 짧은 만큼 진하다. 진한 만큼 또 빨리 지나간다. 다만 머리맡에 한 송이라도 있는 한, 봄은 봄이다.

마사오카 시키, 단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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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서 잠 못 이루는 밤. 베갯머리에서 솔바람이 운다. 솔바람이 우는 것인지, 내 안의 그리움이 우는 것인지. 두 소리가 한데 섞여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사이교, 《산가집》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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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도 견디며 살던 이 거처를 떠나려 하니, 오히려 정이 드는구나. 사람이 이상하다. 머무를 때는 떠나고 싶다가, 떠나려 하면 머무르고 싶어진다. 마음은 머무름과 떠남 사이를 끝없이 오간다.

사이교, 《산가집》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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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사랑했는지 묻지 마오. 답할 일이 없는 것이 답이려니. 사랑한 사람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이름은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니다. 사랑은 침묵 속에서만 온전하다.

요사노 아키코, 단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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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니 흰 눈을 인 산이 별보다도 가깝구나. 별은 손이 닿지 않을 줄 알면서도 가깝다 여기는데, 산은 손이 닿을 줄 알면서도 멀다 여겨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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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사투리가 그리워서 정거장에 나간다. 인파 속에서 누군가의 말끝에 묻은 그 가락을 듣기 위해. 듣고 나면 그뿐, 다시 발걸음을 돌려 도시로 들어선다. 들어서면 또 그리워진다.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가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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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 김 첨지는 운수가 좋았다. 첫 손님이 일찍 잡혔고, 두 번째 손님은 더 멀리 가자고 했다. 주머니가 뜨끈해질수록 김 첨지의 마음은 어쩐지 자꾸 차가워졌다. 집에서 아내가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흘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아내가, 그 아침에는 설렁탕을 사다 달라고 했다. 김 첨지는 한 번도 사다 준 적이 없는 설렁탕을 그날따라 자꾸 떠올렸다. 운수가 좋은 만큼 발걸음은 무거웠다. 술집에 들러 한잔을 들이켜고, 또 한잔을 들이켜고, 마침내 설렁탕 한 그릇을 사 들고 골목을 들어섰다. 방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김 첨지는 설렁탕 그릇을 내려놓고 아내를 흔들었다. 아내는 흔들리지 않았다. 운수 좋은 날이었다.

현진건, 〈운수 좋은 날〉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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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에서 형이 물었다. 동생아,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들어 본 적이 있느냐. 내가 들은 가장 슬픈 노래는 배따라기였다. 형이 동생을 의심하여 동생이 마을을 떠나고, 동생을 그리워하다 아내까지 떠나보낸 형이, 외로운 뱃길에서 부르는 노래. 한 번 의심한 것이 평생을 무너뜨릴 줄을 형은 알지 못했다. 동생도 알지 못했다. 다만 알지 못한 채로 한 사람은 떠났고 한 사람은 평생 부르지 않을 노래를 부르며 바다 위에서 늙어 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이런 좁은 골이 있다. 그 골이 좁은 만큼 깊다. 한 번 빠지면 다시 건너오지 못한다. 형의 노래는 그 좁고 깊은 골에서 솟아 나오는 것이었다.

김동인, 〈배따라기〉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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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직원 영감은 풍채도 좋고 재산도 많고 자손도 많아 이 시대 누구보다도 태평한 양반이시다. 식민지의 백성들이 모두 굶고 있을 때에도 윤 직원 영감 댁만은 매일 잔칫상이 차려졌다. 영감님이 즐겨 하시는 말씀은 이러하시다. 이런 좋은 시상이 또 어딨겠느냐. 태평천하다, 태평천하야. 그런데 영감님께서 그토록 자랑하시던 손자 종학이가 사회주의 운동으로 일경에 잡혀갔다는 소식이 들어온 날, 영감님은 그제야 처음으로 다리에 힘이 빠지셨다. 이런 좋은 시상에 무엇이 부족해서 사회주의를 하는 게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영감님은 혼자 중얼거리셨다. 태평천하인데. 태평천하인데. 누군가 멀리서 콩 볶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채만식, 《태평천하》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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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저씨는 사회주의를 한다고 십 년이나 감옥에 갔다 오신 분이다. 갔다 오시고도 사람이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신다. 일자리가 났대도 안 가시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시라 해도 안 하시고, 다만 책만 읽고 글만 쓰신다. 그 책이라는 것이 죄다 어려운 것뿐이고, 그 글이라는 것이 죄다 누가 읽지도 않을 것뿐이다. 나는 일찌감치 일본 사람 가게에 들어가 점원으로 일한다. 월급도 또박또박 받고, 일본말도 곧잘 한다. 아저씨는 나를 보고 한심해 하시는 모양인데, 한심한 건 도리어 그쪽이 아닐까 싶다. 시대를 모르고 사는 분, 시대를 안다 해도 굽힐 줄을 모르는 분, 그런 분이 우리 아저씨다. 그래도 어쩐지 아저씨가 책을 펼치실 때의 그 표정만은 잊히지 않는다. 그 표정만은.

채만식, 〈치숙〉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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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그의 후예다. 매일 아침 햇볕이 들지 않는 방에서 눈을 뜨고, 매일 저녁 햇볕이 들지 않는 방으로 들어간다. 아내는 늘 곁방에 있고, 곁방에는 늘 손님이 있다. 나는 손님이 갈 때까지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덮고 누워 있다. 천장의 무늬를 세고, 다 세면 다시 처음부터 센다. 어느 봄날 나는 거리에 나섰다. 햇볕이 너무 환해 눈이 부셨고, 부신 만큼 어지러웠다. 사람들은 모두 무엇인가를 향해 가고 있었으며, 나만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랐다. 미쓰꼬시 옥상에 올라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겨드랑이 밑이 가려웠다. 거기에 한때 날개가 있었던 자리.

이상, 〈날개〉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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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부르는 노래는 바다가 다 받아준다.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누가 받아주는가.

김동인, 〈배따라기〉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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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가난, 너는 어찌 이리 끈질기냐. 한평생 떨어지지 않는구나.

현진건, 〈고향〉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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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가 잃어버린 것을 평생 그리워한다.

현진건풍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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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인력거꾼은 늘 비를 향해 달린다. 그것이 그의 운수다.

현진건, 〈운수 좋은 날〉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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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김 첨지의 마지막 말이 빈 방을 채웠다.

현진건, 〈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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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손에는 늘 무엇인가 묻어 있었다 가루이거나, 흙이거나, 눈물이거나.

현진건, 〈빈처〉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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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라는 게 손에 들어왔다 사라지는 새가 아닌 줄을 그제야 알았다.

김유정, 〈금따는 콩밭〉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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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삼룡이는 말이 없는 만큼 마음이 깊었다. 그 깊이를 알아본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나도향, 〈벙어리 삼룡이〉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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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말로 하지 못한 것이 가슴 한 구석에 쌓이는 일이다.

나도향풍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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