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떠난 님은 떠난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옆에 있다는 것을. 사랑이란 한 사람이 떠나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며, 도리어 떠난 자리에서 더 또렷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이별한 것이 아니라 이별이 우리를 더 단단히 묶었다. 침묵 속에서 님은 더 가까이 있다.
한용운, 〈님의 침묵〉 풀이
5월 8일 · 어스름한 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떠난 님은 떠난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옆에 있다는 것을. 사랑이란 한 사람이 떠나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며, 도리어 떠난 자리에서 더 또렷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이별한 것이 아니라 이별이 우리를 더 단단히 묶었다. 침묵 속에서 님은 더 가까이 있다.
한용운, 〈님의 침묵〉 풀이
별을 별이 아니라고 하지 마라. 봄밤의 하늘에 박힌 한 점을, 누가 감히 다른 이름으로 부르려 하는가. 사랑하는 자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두 사랑이며, 그 외의 이름은 거짓이다.
요사노 아키코, 《흐트러진 머리》 풀이
긴 머리카락을 부드러이 풀어 헤쳤다. 오만의 봄을 보내고 있는 이 한 사람을, 당신은 알지 못하리. 풀어 헤친 머리만큼 풀어 헤친 마음이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알지 못하리.
요사노 아키코, 《흐트러진 머리》 풀이
누구를 사랑했는지 묻지 마오. 답할 일이 없는 것이 답이려니. 사랑한 사람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이름은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니다. 사랑은 침묵 속에서만 온전하다.
요사노 아키코, 단가 풀이
당신이 가시는 길에 오만 가지 잎이 푸르기를. 당신이 돌아오시는 길에 오만 가지 꽃이 환하기를. 가시는 것도 오시는 것도 모두 당신이 결정할 일이고, 다만 길이 아름답기를 비는 것이 내 몫이다.
요사노 아키코, 단가 풀이
비가 오는 날, 김 첨지는 운수가 좋았다. 첫 손님이 일찍 잡혔고, 두 번째 손님은 더 멀리 가자고 했다. 주머니가 뜨끈해질수록 김 첨지의 마음은 어쩐지 자꾸 차가워졌다. 집에서 아내가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흘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아내가, 그 아침에는 설렁탕을 사다 달라고 했다. 김 첨지는 한 번도 사다 준 적이 없는 설렁탕을 그날따라 자꾸 떠올렸다. 운수가 좋은 만큼 발걸음은 무거웠다. 술집에 들러 한잔을 들이켜고, 또 한잔을 들이켜고, 마침내 설렁탕 한 그릇을 사 들고 골목을 들어섰다. 방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김 첨지는 설렁탕 그릇을 내려놓고 아내를 흔들었다. 아내는 흔들리지 않았다. 운수 좋은 날이었다.
현진건, 〈운수 좋은 날〉 풀이
올봄에도 노란 동백꽃이 한창이다. 어디서 알싸한 향기가 나는가 했더니 동백꽃이다. 내가 산비탈에 올라가 풀을 베고 있는데 점순이가 어느 결에 와서 곁에 섰다. 점순이는 별말은 하지 않고 다만 닭을 한 마리 안고 있었다. 그 닭은 작년에 우리 집 닭이 점순이네 닭에게 진 그 닭이다. 점순이가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만다. 나는 그것이 답답하면서도 답답하지 않았다. 닭은 점순이 품에서 푸드덕거리고 있었고, 점순이의 얼굴은 동백꽃처럼 노랗게 익어 있었다. 우리 둘은 동백꽃 더미 속에 묻혔다. 알싸한 향기가 코를 쏘았고 어지러웠다. 그것이 봄이었다. 그것이 첫 봄이었다.
김유정, 〈동백꽃〉 풀이
내가 점순이와 성례를 시켜 달라고 또 졸라 댔더니 장인 영감이 그저 빙긋이 웃기만 한다. 사실은 웃는 것도 아닌 것이 화난 것도 아닌 것이 그 표정이 참 묘하다. 나는 일을 하다 말고 점순이를 흘끔흘끔 본다. 점순이는 저쪽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다가 내가 보면 톡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또 보면 또 톡 고개를 돌리니, 나는 그것이 좋아서 자꾸 본다. 키가 안 큰다고 성례를 안 시켜 준다 하시는데, 그 키라는 것이 도무지 자랄 기색이 없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다. 봄이 오면 키가 자랄 줄 알았는데 봄은 봄대로 가고 키는 키대로다. 그래도 점순이는 작년보다 한결 예뻐져서, 나는 그것 하나로 봄을 또 견딘다. 어느 날 점순이가 내 등을 톡 치고는 도망갔다. 그날 밤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김유정, 〈봄봄〉 풀이
삼룡이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삼룡이를 벙어리라 불렀고, 삼룡이도 자기를 벙어리라 여겼다. 주인 댁 새 아씨가 시집을 오던 날, 삼룡이는 처음으로 사람의 얼굴을 길게 들여다보았다. 새 아씨는 슬퍼 보였고, 슬퍼 보이는 만큼 아름다웠다. 삼룡이는 무엇 때문에 새 아씨가 슬픈지를 알지 못했다. 알지 못한 채로 다만 새 아씨가 슬프지 않기를 빌었다. 그러나 새 아씨는 매일 슬펐다. 매일 슬픈 새 아씨를 보며 삼룡이의 마음 한가운데에는 한 번도 알지 못한 무엇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주인이 새 아씨를 때리는 것을 본 삼룡이는 처음으로 자기 안에서 무엇인가가 끓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끓어 오르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삼룡이는 알지 못했다. 알지 못한 채로 다만 그 밤에 주인 댁에 불을 질렀다. 불 속에서 삼룡이는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 아씨를 안았다.
나도향, 〈벙어리 삼룡이〉 풀이
허숭은 시골로 내려갔다. 동경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 자격까지 얻은 그가, 무엇이 부족해서 자기 마을로 돌아왔는지 사람들은 의아해하였다. 허숭은 답하지 않았다. 다만 동네 한가운데에 야학을 짓고,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자를 가르쳤다. 정선이 처음에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도시의 화려한 삶을 두고 어찌 이런 흙바닥에서 살려 하는가. 그러나 흙 속에 발을 묻고 일하는 허숭의 모습을 보며 정선의 마음은 차차 변해 갔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서 그치지 않고 흙과 사람들을 함께 사랑하는 일임을, 정선은 비로소 알게 되었다. 흙은 사람을 길렀고, 사람은 흙으로 돌아갔다.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며 끝이었다.
이광수, 《흙》 풀이
농부가 흙을 만지듯, 사람도 사람을 만져야 한다.
이광수, 《흙》
아내의 손에는 늘 무엇인가 묻어 있었다 가루이거나, 흙이거나, 눈물이거나.
현진건, 〈빈처〉 풀이
봄볕이 들어 노란 동백꽃이 알싸한 향내를 풍기는 산비탈 그 자리에 함께 있던 한 사람이 평생을 따라다녔다.
김유정, 〈동백꽃〉 풀이
점순이는 닭을 들고, 나는 그 닭을 잡고 우리의 봄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김유정, 〈동백꽃〉 풀이
사람의 마음은 봄날의 보리밭 같아서, 한 번 출렁이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김유정풍 풀이
벙어리 삼룡이는 말이 없는 만큼 마음이 깊었다. 그 깊이를 알아본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나도향, 〈벙어리 삼룡이〉 풀이
사랑이란, 말로 하지 못한 것이 가슴 한 구석에 쌓이는 일이다.
나도향풍 풀이
꽃은 핀 자리에 죽고, 사람은 사랑한 자리에 남는다.
나도향풍 풀이
들깨밭 사잇길에서 마주친 그녀의 눈빛 그 한 점이 평생의 전부였다.
김유정풍 풀이
눈물 한 방울로도 불은 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한 방울이 누군가의 마음에 떨어지면 다른 불을 일으킨다.
최서해풍 풀이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어두운 부분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광수풍 풀이
비웃는 사람보다 같이 우는 사람이 귀하다.
채만식, 《탁류》 풀이
소설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한 사람을 잊지 못해서 시작된다.
김유정풍 풀이
사랑하지 않는 동안에는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 사랑하기 시작해야 비로소 모든 곳에 사랑이 보인다.
이광수, 《사랑》 풀이
눈은 마음의 길이다. 마주치는 한 순간에 한 사람을 안다.
이광수풍 풀이
그리워하는 자가 그리움 받는 자보다 행복하다 마음을 줄 곳이 있으니.
이광수풍 풀이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면, 천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이광수, 《사랑》 풀이
한 곡의 노래가 한 마을을 다 울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까닭이다.
김동인, 〈배따라기〉 풀이
오래된 친구의 한 마디는 약보다 잘 듣는다.
이광수풍 풀이
말없이 눈빛으로 통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인생은 외롭지 않다.
나도향풍 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