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곽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도는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땅강아지와 개미에게 있다고 장자가 답하자, 어찌 그리 낮은 데 있냐고 되물었다. 기왓장에도 있고, 심지어 똥과 오줌에도 있다는 답이 돌아오자 동곽자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자 《장자》 〈지북유〉, 글뜸 풀이
▸배경 이야기
《장자》 외편 〈지북유〉에 실린 동곽자와의 문답으로, 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캐묻는 대화다. 장자는 도를 높은 자리가 아니라 가장 낮고 하찮은 것들 쪽으로 끌어내려, 귀하고 천한 구분 자체를 되묻는다.
3분 필사성찰자유평온
필사하기참된 길은 밧줄 위에 있다. 공중 높이 걸린 것이 아니라 땅 바로 위에 걸쳐 있다. 건너라고 놓인 것이라기보다는, 걸려 넘어지라고 놓인 것처럼 보인다.
프란츠 카프카 《취라우 잠언》,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카프카 사후 발견된 잠언 모음 《취라우 잠언》의 첫 번째 잠언으로, 1917년 무렵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길을 건너기 위한 다리가 아니라 걸려 넘어지기 위해 놓인 밧줄이라는 상으로, 나아감 자체를 다시 묻는다.
3분 필사성찰용기자유
필사하기그때는 없음도 없었고 있음도 없었다.
공기도 없었고 그 너머 하늘도 없었다.
무엇이 무엇을 덮고 있었나, 어디에, 누구의 품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이 있었던가.
가장 높은 하늘에서 이것을 굽어보는 이,
그는 알리라, 아니면 그도 모르리라.
《리그베다》 10권 129편 나사디야 찬가, 글뜸 옮김
▸배경 이야기
기원전 1천년 무렵 후기에 더해진 《리그베다》 10권의 창조 찬가. 세계의 시작을 노래하면서도 마지막 절에서 가장 높은 곳의 신조차 알지 못할지 모른다고 물러선다. 경전이 스스로 모른다고 적은 가장 오래된 자리 가운데 하나다.
3분 필사성찰우울자유
필사하기마음의 일렁임이 잦아드는 것, 그것이 요가다.
그때 보는 자는 제 모습 그대로에 머문다.
파탄잘리 《요가 수트라》 1장 2~3절, 글뜸 옮김
▸배경 이야기
기원후 4세기 무렵 파탄잘리가 195개 경구로 엮은 《요가 수트라》의 둘째, 셋째 경구. 요가라는 말의 정의가 이 한 줄에 놓이고, 물결이 잦아든 호수처럼 마음이 가라앉을 때 무엇이 남는가를 곧바로 뒤이어 묻는다.
1분 필사평온성찰자유
필사하기네 몫은 하는 일에 있다, 그 열매에 있지 않다.
열매를 바라고 일하지 말고,
그렇다고 손을 놓는 쪽에 기대지도 말라.
《바가바드 기타》 2장 47절, 글뜸 옮김
▸배경 이야기
기원전 2세기 무렵 성립한 《바가바드 기타》는 《마하바라타》 한가운데 놓인 700송의 대화시다. 전장에서 활을 내려놓은 아르주나에게 크리슈나가 건넨 말 가운데 가장 오래 회자되는 구절로, 열매와 손 사이의 거리를 짚는다.
1분 필사자유평온성찰
필사하기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꺾다
유연히 남산을 바라본다
산 기운은 해질녘에 아름답고
나는 새들은 짝지어 돌아온다
이 가운데 참뜻이 있으니
말하려 하나 이미 말을 잊었네
도연명 〈음주〉,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5세기 동진의 시인 도연명이 관직을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가 쓴 연작 〈음주〉의 다섯째 수. 국화를 꺾다 무심히 남산을 바라보는 순간에, 말로 옮길 수 없는 참뜻이 깃든다.
3분 필사평온자유성찰
필사하기왜 푸른 산에 사느냐 묻기에
웃으며 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롭다
복사꽃 물에 실려 아득히 흘러가니
여기 따로 천지가 있어 인간 세상이 아니로다
이백 〈산중문답〉,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8세기 당나라 시인 이백이 산중 은거의 마음을 문답으로 풀어낸 시. 왜 산에 사느냐는 물음에 답하지 않는 침묵으로, 말 너머의 한가로움을 가리킨다.
3분 필사평온자유성찰
필사하기우리는 삶을 채우느라, 정작 사는 일을 놓친다.
단순하게, 단순하게. 일을 백 가지에서 두어 가지로 줄이라.
셈하는 손가락이 열이면 족하다. 나머지는 셈에 넣지 않아도 된다.
덜어 낸 자리에서야 비로소,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소로 《월든》, 글뜸 풀이
3분 필사자유성찰평온
필사하기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안의 부서지지 않는 무언가를 자유롭게 하는 일이다.
아니,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일이다.
아니, 부서지지 않고 그대로 존재하는 일이다.
아니, 그저 존재하는 일이다.
카프카 《취라우 잠언》, 글뜸 번역
3분 필사성찰용기자유
필사하기사람들은 쓸모 있는 것의 쓸모만 안다.
쓸모없음이 얼마나 큰 쓸모인지는 알지 못한다.
곧게 자란 나무는 일찍 베이고, 굽어 쓸모없어 보이는 나무는 그늘이 되어 오래 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실은 나를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자, 글뜸 풀이
3분 필사자유성찰평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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