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있었다.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내 고향이다. 차마 꿈엔들 잊을까.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우어 고이시던 곳. 그곳을 떠나온 지 오래되었으나, 떠나온 만큼 그곳은 더 환해졌다. 사람이 한 번 떠난 자리에서 비로소 환해지는 풍경이 있다.
정지용, 〈향수〉 풀이
5월 8일 · 어스름한 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있었다.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내 고향이다. 차마 꿈엔들 잊을까.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우어 고이시던 곳. 그곳을 떠나온 지 오래되었으나, 떠나온 만큼 그곳은 더 환해졌다. 사람이 한 번 떠난 자리에서 비로소 환해지는 풍경이 있다.
정지용, 〈향수〉 풀이
수세미꽃이 피었구나. 가래 끓는 소리 막힐 정도로. 병상에 누워 창밖의 꽃을 본다. 꽃은 내 사정을 모르고 다만 자기 일을 한다. 그것이 위로다. 꽃이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꽃이 자기 일을 하는 모습이 위로다.
마사오카 시키, 단가 풀이
당신이 가시는 길에 오만 가지 잎이 푸르기를. 당신이 돌아오시는 길에 오만 가지 꽃이 환하기를. 가시는 것도 오시는 것도 모두 당신이 결정할 일이고, 다만 길이 아름답기를 비는 것이 내 몫이다.
요사노 아키코, 단가 풀이
고향의 사투리가 그리워서 정거장에 나간다. 인파 속에서 누군가의 말끝에 묻은 그 가락을 듣기 위해. 듣고 나면 그뿐, 다시 발걸음을 돌려 도시로 들어선다. 들어서면 또 그리워진다.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가 풀이
어머니를 등에 업었다. 그 어머니가 너무도 가벼워서, 나는 세 걸음을 떼지 못하고 울고 말았다. 한 사람의 평생이 이토록 가벼워질 수 있는가. 가벼워진 만큼 무거워지는 것이 자식의 어깨라는 것을, 그 가을 처음으로 알았다.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가 풀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현진건, 〈고향〉 풀이
한 끼의 밥이 사람을 살리고, 한 마디의 말이 사람을 일으킨다.
현진건풍 풀이
슬픔에는 슬픔의 길이 있다. 그 길을 막지 마라.
나도향풍 풀이
용서한다는 말은 내가 더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
이광수, 《재생》 풀이
진정한 길벗은 같이 웃는 이가 아니라 같이 울 줄 아는 이다.
이광수풍 풀이
운명을 미워하지 말 것. 운명은 다만 자기 일을 할 뿐이다.
김동인풍 풀이
교양 있는 사람이 어리석은 시대를 만나면, 자기 안에 작은 등불 하나만 켜둔다.
채만식, 〈치숙〉 풀이
내가 못 가진 것을 한탄하기보다, 내가 가진 것을 모르고 있음을 한탄하라.
채만식풍 풀이
한 잔의 술이 한 평생의 슬픔을 다 풀지는 못해도, 한 저녁의 짐은 가볍게 한다.
현진건풍 풀이
겨울 강에 얼음이 단단해도 그 아래에 물이 흐르듯, 무너진 마음 아래로도 삶은 흐른다.
강경애풍 풀이
오래된 친구의 한 마디는 약보다 잘 듣는다.
이광수풍 풀이
사람의 일은 결국 사람으로 풀린다.
채만식풍 풀이
말없이 눈빛으로 통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인생은 외롭지 않다.
나도향풍 풀이
굶주려본 자만이 한 그릇 밥의 무게를 안다.
강경애풍 풀이
한 권의 책이 평생의 길동무가 되기도 한다.
이광수풍 풀이
비웃는 사람보다 같이 우는 사람이 귀하다.
채만식, 《탁류》 풀이
걱정은 미리 사들이는 빚이다.
쇠렌 키에르케고르풍 풀이
봄비 내리고, 이야기하며 가는 도롱이와 우산.
요사 부손, 하이쿠
어허, 치지 마라. 파리가 손을 비빈다, 발을 비빈다.
고바야시 잇사, 하이쿠
나와 함께 놀자꾸나, 부모 없는 참새야.
고바야시 잇사, 하이쿠
내가 한 마음의 부서짐을 멈출 수 있다면, 나는 헛되이 살지 않으리라.
에밀리 디킨슨, 시
인내하라. 마음속 풀리지 않은 모든 것을 향해. 사랑하라, 잠긴 방과 알 수 없는 외국어로 쓰인 책처럼 그 물음들 자체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
이방원, 〈하여가〉
희망은 깃털 가진 것 영혼에 깃든 채 가사 없는 곡조를 부른다. 결코 멈추지 않는다.
에밀리 디킨슨, 〈희망은 깃털 가진 것〉
깊은 슬픔은 오래된 친구다. 그를 마주 보고 손을 내밀어라.
라이너 마리아 릴케풍 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