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이상 〈거울〉
▸배경 이야기
1933년 〈가톨릭청년〉에 발표된 시의 앞 세 연이다. 띄어쓰기를 모두 지운 원문 그대로 옮겨 적으면, 거울 속 세계의 숨 막히는 고요가 손끝에 먼저 닿는다. 셋째 연의 줄표는 원문에 있는 것이다.
9월 27일 · 짙은 밤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이상 〈거울〉
1933년 〈가톨릭청년〉에 발표된 시의 앞 세 연이다. 띄어쓰기를 모두 지운 원문 그대로 옮겨 적으면, 거울 속 세계의 숨 막히는 고요가 손끝에 먼저 닿는다. 셋째 연의 줄표는 원문에 있는 것이다.
자기로 자기를 일으켜 세우라, 자기를 주저앉히지 말라. 자기가 곧 자기의 벗이고, 자기가 곧 자기의 적이다.
《바가바드 기타》 6장 5절, 글뜸 옮김
《바가바드 기타》 6장은 명상의 장으로, 홀로 앉은 사람의 마음을 다룬다. 같은 낱말 아트만이 한 구절에 여섯 번 되풀이되어, 벗과 적이 한 몸 안에서 서로 자리를 바꾸는 순간을 소리로 새긴다.
부드러운 살결에 흐르는 뜨거운 피에 닿아보지도 않고, 쓸쓸하지 않으신가요, 도(道)만 설하는 그대여.
요사노 아키코, 글뜸 번역
1901년 시집 《흐트러진 머리칼》에 실린 단카로, 일본 근대시에 여성의 관능을 처음 정면으로 들여왔다. 도만 설하고 삶의 열기엔 닿지 않는 이를 향해, 쓸쓸하지 않으냐 되묻는다.
한 젊은이가 한 처녀를 사랑했으나 그녀는 다른 이를 택했고, 그 다른 이는 또 다른 여인과 짝을 맺었네. 그것은 오래된 이야기지만 언제나 새롭다. 그리고 그 일을 겪는 사람의 가슴은 둘로 찢어진다.
하인리히 하이네, 글뜸 번역
독일 낭만주의 시인 하이네의 《노래의 책》(1827)에 실린 시. 엇갈린 사랑의 흔한 이야기가 겪는 이에겐 언제나 처음임을, 담담한 어조로 짚는다.
아무도 그 이름 알아보지 못하도록 세상에 없는 글씨로 당신 이름을 쓰기도 했다
류근 《상처적 체질》
안나는 자신이 홀로 죽고 잊히리란 걸 알고 있었다. 살아 있는 동안 누구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된 적이 없으니 죽음 또한 누구도 안타깝게 만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은희경 《시간의 감촉》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건 저 야경뿐이라는 거요
한강 《여수의 사랑》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따는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윤동주 〈별 헤는 밤〉 (전문)
1941년, 연희전문 졸업을 앞둔 윤동주가 쓴 시. 별 하나에 이름 하나를 붙여 부르며, 식민지 청년의 부끄러움과 그리움이 밤하늘 가득 헤아려진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 〈초혼〉 (전문)
1925년 시집 《진달래꽃》에 실린 김소월의 시. 죽은 이의 이름을 목이 쉬도록 부르는 전통 초혼(招魂) 의식을, 하늘과 땅 사이 닿지 않는 거리로 옮겼다.
사람은 자기 영혼 속보다 더 고요하고 걱정 없는 안식처를 어디서도 찾지 못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글뜸 옮김
οὐδαμοῦ γὰρ οὔτε ἡσυχιώτερον οὔτε ἀπραγμονέστερον ἄνθρωπος ἀναχωρεῖ ἢ εἰς τὴν ἑαυτοῦ ψυχήν.
《명상록》 4권의 한 대목. 아우렐리우스는 바닷가나 시골로 물러날 것 없이, 언제든 자기 안으로 물러나 쉴 수 있다고 적었다. 마음속이 가장 조용한 안식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