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길들인 것만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이제 무엇도 알아갈 시간이 없다. 그들은 상점에서 다 만들어진 것을 산다. 그러나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 사람들에게는 이제 친구가 없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어린 왕자》 21장, 여우가 길들임을 설명하며. 생텍쥐페리는 모든 것을 사서 얻는 세상에서 관계만은 시간으로만 얻어진다는 것을 응시한다.
6월 23일 · 고요한 아침
우리는 길들인 것만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이제 무엇도 알아갈 시간이 없다. 그들은 상점에서 다 만들어진 것을 산다. 그러나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 사람들에게는 이제 친구가 없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글뜸 번역
《어린 왕자》 21장, 여우가 길들임을 설명하며. 생텍쥐페리는 모든 것을 사서 얻는 세상에서 관계만은 시간으로만 얻어진다는 것을 응시한다.
아무도 당신에게 충고하거나 도와줄 수 없습니다. 아무도. 길은 단 하나,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글뜸 번역
1903년 릴케가 젊은 시인 카푸스에게 보낸 첫 편지. 릴케는 바깥에서 답을 구하지 말고 자기 안으로 들어가라 권한다.
간과 쓸개는 한 몸에 붙어 있다. 그러나 마음이 등을 돌리면 그 사이로 초나라와 월나라만 한 강이 흐르고, 마음이 돌아오면 멀던 강도 마른다. 거리는 사물에 있지 않고, 바라보는 자리에서 태어난다.
肝膽楚越 (《장자》 덕충부), 글뜸 풀이
《장자》 덕충부에서 공자의 말로 전해지는 구절. 장자는 같은 것도 다름의 눈으로 보면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멀어지고, 같음의 눈으로 보면 만물이 하나가 됨을, 간과 쓸개의 거리로 응시한다.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만, 어쩌면 당신도 외로운 사람 아닙니까. 나는 외로워도 나이가 들어 가만히 있을 수 있지만, 젊은 당신은 그러지 못하겠지요.
나쓰메 소세키 《마음》, 글뜸 번역
1914년 작 《마음》에서 '선생님'이 청년에게 건네는 고백. 소세키는 한 사람의 외로움이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알아보는 순간을, 나이의 거리를 두고 응시한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저마다 모습이 다른데 나무도 다르게 자란다 나무는 자기 자리에 서서 그늘을 드리우는데 나는 자꾸 다른 그늘을 본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글뜸 〈비교〉
나와 함께 와서 놀자꾸나 어미 없는 참새여
고바야시 잇사 하이쿠, 글뜸 번역
잇사 여섯 살 때의 하이쿠. 세 살에 어머니를 여읜 아이가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참새에게 건넨 말이다. 잇사는 평생 가장 작은 생명에게 가장 가까이 머물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운 것은, 혼자가 되면 자기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많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잊을 수 있다. 그러나 잊는 동안 우리는 자기에게서 멀어진다. 고독은 자기에게 돌아오는 시간이다.
쇼펜하우어 《인생론》, 글뜸 풀이
쇼펜하우어 《인생론》(1851)의 결. 그는 고독을 결핍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만나는 자리로 보았다. 군중 속에서 자기를 잊을 수 있는 자에게, 고독은 가장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 된다.
영혼은 자신의 곁을 스스로 고른다. 그러고는 문을 닫는다. 그 거룩한 무리 안으로는, 더 이상 누구도 들지 않는다.
에밀리 디킨슨 〈영혼은 자신의 사회를 선택한다〉, 글뜸 번역
디킨슨이 자기 안의 자리에서 짚은 영혼의 결. 영혼이 한 번 자기 사회를 고르고 나면 문을 닫는다, 그 안에 어떤 위대한 자도 들어가지 못한다는 자리를 가만히 그렸다.
네 말대로 식은 감자를 전해 받은 사람이 감자를 더 잘 살펴볼 순 있겠지. 그러나 그 감자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살가죽이 벗겨지는 화상을 입고 아파하는 사람을 보고는 뭐가 그리 뜨거웠나 싶겠지.
박지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유작 《다윈 영의 악의 기원》(사계절출판사). 한 사람의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는 끝내 닿지 못한다는 거리의 감각이 박지리 소설의 한 결이다. 그 거리를 부정하지 않는 자리에서 글이 시작된다.
이 세상에 혼자 태어나 혼자 사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다. 감추고 은폐하고 속이고 위장하고. 나는 모든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유형의 인간이었다. 나 스스로도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징그러웠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지, 내가 만든 미로에서 내가 헤매고 있는 것처럼 도무지 진실한 관계로 들어가는 문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박지리, 《맨홀》
박지리의 장편 《맨홀》(사계절출판사). 자기 자신을 진실하게 마주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통찰이 박지리 소설 세계 전체에 흐른다. 외로움을 부정하지 않는 자리에서 글이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