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어른은 한때 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드물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어린 왕자》의 헌사. 생텍쥐페리는 어른이 잃어버린 것이 나이가 아니라 한때 아이였던 기억임을, 책의 문 앞에서 짚는다.
6월 23일 · 고요한 아침
모든 어른은 한때 아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드물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글뜸 번역
《어린 왕자》의 헌사. 생텍쥐페리는 어른이 잃어버린 것이 나이가 아니라 한때 아이였던 기억임을, 책의 문 앞에서 짚는다.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 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1936년 작 〈메밀꽃 필 무렵〉의 마지막 대목. 이효석은 동이가 왼손에 채찍을 든 한 장면만 남긴 채, 허 생원과의 인연을 독자의 자리에 맡긴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필 무렵〉의 한밤 산길, 달빛에 젖은 들판 묘사. 이효석은 고요 속 달을 살아 숨 쉬는 짐승으로 옮겨, 자연이 곁에 다가서는 거리를 응시한다.
여름풀이여 무사들이 꾸던 꿈의 자취
마쓰오 바쇼 〈오쿠노 호소미치〉, 글뜸 번역
1689년 바쇼가 후지와라 가문이 멸망한 옛 전쟁터 히라이즈미에 들러 적은 하이쿠. 영광이 머물던 자리에 여름풀만 무성하다는 사실을, 한순간의 풍경 안에 가만히 담았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정지용 〈호수 1〉
1930년 《시문학》 1호에 발표. 정지용은 단 두 연 짧은 시 안에 얼굴은 가릴 수 있어도 그리움은 가릴 수 없다는 자리를 새겨 놓았다. 보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호수로 옮긴 시다.
감을 먹으니 종이 울리는구나 호류지
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5), 글뜸 번역
1895년 가을, 마사오카 시키가 나라 법륭사 근처에서 감을 먹다가 울려 오는 종소리에 한 순간을 새긴 하이쿠. 짧은 17음 안에 가을·과실·고찰의 종이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결을 담아 두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이육사 〈청포도〉
1939년 8월 《문장》에 발표된 시. 식민지의 가장 뜨거운 여름을 칠월의 청포도로 옮기며, 이육사는 청포 입고 올 손님을 기다리는 자리에 새 시대에 대한 갈망을 함께 묻어 두었다.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우에 이끼만 푸르리라.
이육사 〈자야곡〉
1941년 4월 《문장》에 발표. 빛이 들어야 할 고향이 도리어 무덤이 된 자리에서, 이육사는 잃어버린 자리에 대한 슬픔을 끊는 호흡 없이 깊게 묻어 두었다.
돌아간다는 말은 어디서 왔는지 안다는 뜻이다. 멀리 나간 자만이 돌아올 곳을 안다. 우리는 자주 길을 잘못 들었다고 느끼지만, 잘못 든 길도 돌아오는 길을 가르쳐 준다. 길을 잃은 시간이 우리에게 집을 알려준다.
도연명 〈귀거래사〉, 글뜸 풀이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이 405년에 쓴 〈귀거래사〉. 그는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며 이 노래를 지었다. 멀리 나간 자만이 돌아올 곳을 알아본다는 결이, 이 짧은 가사를 1600년 동안 살게 했다.
꽃이 진다고 슬퍼하지 않기. 진 자리에 다시 피어날 자리가 생기는 것이니. 잃은 것을 헤아리기보다, 비워진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기.
석가모니 말씀, 글뜸 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