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기형도 《빈집》
▸배경 이야기
1989년 갑작스레 떠나기 직전 기형도가 남긴 시. 사랑을 잃은 자리, 짧았던 밤들에 작별을 건네는 결로, 시인은 청춘의 마지막 그늘을 가만히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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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 깊은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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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빈집》
1989년 갑작스레 떠나기 직전 기형도가 남긴 시. 사랑을 잃은 자리, 짧았던 밤들에 작별을 건네는 결로, 시인은 청춘의 마지막 그늘을 가만히 새겼다.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김소월 〈먼 후일〉
1925년 시집 《진달래꽃》 수록. 김소월의 초기 대표작으로, 사랑의 시제(時制)를 미래 완료로 옮긴 시. 잊겠다고 말하는 자리에 정작 잊지 못함이 묻혀 있다는 역설의 시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향수〉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된 시. 정지용은 일본 유학 중 떠나온 고향을 한 풍경 한 풍경 호명하며, 잊지 못함이 곧 사랑의 다른 이름이 됨을 짚어 두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라는 후렴구가 시 전체를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