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정지용 〈유리창 1〉
▸배경 이야기
1930년 정지용이 어린 자식을 잃고 쓴 참척의 시.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외롭고 황홀한 심사로, 슬픔을 서늘한 이미지의 아름다움으로 견딘다.
1902–1950 · 한국 근대
잊지 못함이 곧 사랑의 다른 이름임을 노래한 시인
글뜸의 결로 만나는 정지용의 글귀 7편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정지용 〈유리창 1〉
1930년 정지용이 어린 자식을 잃고 쓴 참척의 시.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외롭고 황홀한 심사로, 슬픔을 서늘한 이미지의 아름다움으로 견딘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 〈향수〉 (전문)
1927년 《조선지광》에 실린 정지용의 대표작. 다섯 폭 풍경마다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가 후렴으로 돌아오며, 고향은 잊히지 않음으로 증명된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정지용 〈호수 1〉
1930년 《시문학》 1호에 발표. 정지용은 단 두 연 짧은 시 안에 얼굴은 가릴 수 있어도 그리움은 가릴 수 없다는 자리를 새겨 놓았다. 보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호수로 옮긴 시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정지용 〈고향〉
1932년 《동방평론》에 발표된 시. 정지용은 그리워하던 고향에 돌아와도 그것이 기억 속 고향이 아니라는 자리를 응시했다. 고향은 떠나온 자리가 아니라 머릿속에만 남은 풍경이라는 결의 시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정지용 〈유리창 1〉
1930년 《조선지광》에 발표된 시. 정지용이 어린 아들을 잃은 직후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유리창 안과 밖, 살아 있는 자와 떠난 자를 가르는 얇은 경계를 입김 하나로 만져 보는 시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향수〉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된 시. 정지용은 일본 유학 중 떠나온 고향을 한 풍경 한 풍경 호명하며, 잊지 못함이 곧 사랑의 다른 이름이 됨을 짚어 두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라는 후렴구가 시 전체를 묶는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향수〉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된 시. 정지용은 일본 유학 중 떠나온 고향을 한 풍경 한 풍경 호명하며, 잊지 못함이 곧 사랑의 다른 이름이 됨을 짚어 두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라는 후렴구가 시 전체를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