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정지용 〈호수 1〉
▸배경 이야기
1930년 《시문학》 1호에 발표. 정지용은 단 두 연 짧은 시 안에 얼굴은 가릴 수 있어도 그리움은 가릴 수 없다는 자리를 새겨 놓았다. 보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호수로 옮긴 시다.
1902–1950 · 한국 근대
잊지 못함이 곧 사랑의 다른 이름임을 노래한 시인
글뜸의 결로 만나는 정지용의 글귀 5편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정지용 〈호수 1〉
1930년 《시문학》 1호에 발표. 정지용은 단 두 연 짧은 시 안에 얼굴은 가릴 수 있어도 그리움은 가릴 수 없다는 자리를 새겨 놓았다. 보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호수로 옮긴 시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정지용 〈고향〉
1932년 《동방평론》에 발표된 시. 정지용은 그리워하던 고향에 돌아와도 그것이 기억 속 고향이 아니라는 자리를 응시했다. 고향은 떠나온 자리가 아니라 머릿속에만 남은 풍경이라는 결의 시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정지용 〈유리창 1〉
1930년 《조선지광》에 발표된 시. 정지용이 어린 아들을 잃은 직후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유리창 안과 밖, 살아 있는 자와 떠난 자를 가르는 얇은 경계를 입김 하나로 만져 보는 시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향수〉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된 시. 정지용은 일본 유학 중 떠나온 고향을 한 풍경 한 풍경 호명하며, 잊지 못함이 곧 사랑의 다른 이름이 됨을 짚어 두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라는 후렴구가 시 전체를 묶는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향수〉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된 시. 정지용은 일본 유학 중 떠나온 고향을 한 풍경 한 풍경 호명하며, 잊지 못함이 곧 사랑의 다른 이름이 됨을 짚어 두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라는 후렴구가 시 전체를 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