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배경 이야기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의 표제시. 한용운은 사랑이 떠난 뒤 남는 침묵을, 사랑의 부재가 아니라 사랑의 깊이가 머무는 자리로 옮겼다. 침묵이 곧 말의 또 다른 이름이 되는 시다.
10월 2일 · 깊은 새벽
길이별 한 편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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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님의 침묵〉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의 표제시. 한용운은 사랑이 떠난 뒤 남는 침묵을, 사랑의 부재가 아니라 사랑의 깊이가 머무는 자리로 옮겼다. 침묵이 곧 말의 또 다른 이름이 되는 시다.
그대는 나에게 끝없이 채우라 하지 않고, 자꾸만 비우라 하신다. 이 작은 갈대 피리를 비워 두었기에, 그 안으로 노래가 흘러들었다. 가진 것 없어 부끄럽던 자리가, 오히려 무언가 받아들이는 자리가 되었다. 비어 있음은 모자람이 아니라, 무언가 깃들 여백이다.
타고르 《기탄잘리》, 글뜸 풀이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년 《개벽》 70호에 발표. 이상화는 빼앗긴 땅 위에 그래도 오는 봄을 보며, 빼앗긴 자가 자연 앞에서도 자기 자리를 의심해야 하는 슬픔을 시로 옮겨 적었다. 자연의 순환과 식민의 어긋남이 한 자리에 놓이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