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두 손 가득 풀잎을 들고 와 물었다, 풀이 무엇이냐고. 내가 무어라 답할 수 있었으랴. 나도 그 아이만큼밖에 모르는데.
월트 휘트먼 《풀잎》,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1855년 《풀잎》 초판에 실린 〈Song of Myself〉 6장 첫머리. 미국 자유시의 출발점이 된 시. 휘트먼은 답할 수 없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풀잎 한 줌을 앞에 두고 아이와 같은 자리에 서는 일을 시의 시작으로 삼았다.
5월 15일 · 노을 지는 저녁
길이별 한 편씩
다른 글귀한 아이가 두 손 가득 풀잎을 들고 와 물었다, 풀이 무엇이냐고. 내가 무어라 답할 수 있었으랴. 나도 그 아이만큼밖에 모르는데.
월트 휘트먼 《풀잎》, 글뜸 번역
1855년 《풀잎》 초판에 실린 〈Song of Myself〉 6장 첫머리. 미국 자유시의 출발점이 된 시. 휘트먼은 답할 수 없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풀잎 한 줌을 앞에 두고 아이와 같은 자리에 서는 일을 시의 시작으로 삼았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한용운 〈알 수 없어요〉
1926년 시집 《님의 침묵》 수록. 한용운은 알 수 없는 향기·소리·하늘을 잇달아 묻는 형식으로, 답을 얻지 못한 채로도 묻는 일이 곧 사랑의 자세임을 응시했다. 모르는 채로 부르는 호명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