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
한용운 〈이별은 미의 창조〉
▸배경 이야기
1926년 시집 《님의 침묵》 수록. 한용운은 이별을 결핍이나 끝이 아니라 사랑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로 보았다. 함께 있을 때는 가려져 있던 아름다움이 떠난 자리에서 비로소 형체를 얻는다는 역설의 시다.
5월 28일 · 고요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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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이별은 미의 창조〉
1926년 시집 《님의 침묵》 수록. 한용운은 이별을 결핍이나 끝이 아니라 사랑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로 보았다. 함께 있을 때는 가려져 있던 아름다움이 떠난 자리에서 비로소 형체를 얻는다는 역설의 시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김소월 〈초혼〉
1925년 시집 《진달래꽃》 수록. 망자의 옷을 들고 그 이름을 세 번 부르는 옛 의식 '초혼(招魂)'에서 제목을 가져온 시. 김소월은 부르는 행위가 닿을 곳 없음을 알면서도 끝내 부르지 않을 수 없는 자리를 응시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년 《개벽》 70호에 발표. 이상화는 빼앗긴 땅 위에 그래도 오는 봄을 보며, 빼앗긴 자가 자연 앞에서도 자기 자리를 의심해야 하는 슬픔을 시로 옮겨 적었다. 자연의 순환과 식민의 어긋남이 한 자리에 놓이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