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있으나,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것은 망설임이다.
프란츠 카프카 《취라우 잠언》,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1917년 겨울 취라우에서 쓴 잠언 백아홉 편 가운데 스물여섯 번째. 폐병 진단을 받고 누이의 시골집에 머물던 때다. 목표는 지우지 않은 채 길만 지웠다는 데에 이 두 줄의 날이 있다.
10월 8일 · 느릿한 오후
길이별 한 편씩
다른 글귀목표는 있으나, 길은 없다.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것은 망설임이다.
프란츠 카프카 《취라우 잠언》, 글뜸 번역
1917년 겨울 취라우에서 쓴 잠언 백아홉 편 가운데 스물여섯 번째. 폐병 진단을 받고 누이의 시골집에 머물던 때다. 목표는 지우지 않은 채 길만 지웠다는 데에 이 두 줄의 날이 있다.
아무리 어둔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베드로시안 〈그런 길은 없다〉
베드로시안의 시 〈그런 길은 없다〉 열두 줄 전문. 어둠과 가파름을 먼저 지난 누군가가 있었다는 짐작으로 열고, 자기 어두운 시기가 뒤에 오는 사람에게 쓰이기를 비는 자리에서 끝난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년 《개벽》 70호에 발표. 이상화는 빼앗긴 땅 위에 그래도 오는 봄을 보며, 빼앗긴 자가 자연 앞에서도 자기 자리를 의심해야 하는 슬픔을 시로 옮겨 적었다. 자연의 순환과 식민의 어긋남이 한 자리에 놓이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