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어둔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베드로시안 〈그런 길은 없다〉
▸배경 이야기
베드로시안의 시 〈그런 길은 없다〉 열두 줄 전문. 어둠과 가파름을 먼저 지난 누군가가 있었다는 짐작으로 열고, 자기 어두운 시기가 뒤에 오는 사람에게 쓰이기를 비는 자리에서 끝난다.
나는 가슴속에서 작은 열정 하나가 반격에 나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순간, 과거도 미래도 퇴색하고, 현재만이 빛을 발한다. 시원스런 바람이 광장을 불어 가고, 나는 바람의 흐름에 눈길을 고정시킨다. 사방팔방에서 두오모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긴 그림자가 들 길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이길 수 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지금이라는 일순간이며, 그것은 열정이 부딪쳐 일으키는 스파크 그 자체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현재는 점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어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내 가슴을 때렸다. 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퍼지게 해야 한다.
츠지 히토나리 《냉정과 열정사이 Blu》
▸배경 이야기
《냉정과 열정사이》는 같은 사랑을 남자 쪽과 여자 쪽에서 나누어 쓴 두 권이고, 이 글은 남자 쪽 Blu의 한 자리. 과거도 미래도 이기지 못하는 지금 하나를 광장 한복판에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