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먹으니 종이 울리는구나 호류지
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5), 글뜸 번역
柿くへば鐘が鳴るなり法隆寺
▸배경 이야기
1895년 가을, 마사오카 시키가 나라 법륭사 근처에서 감을 먹다가 울려 오는 종소리에 한 순간을 새긴 하이쿠. 짧은 17음 안에 가을·과실·고찰의 종이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결을 담아 두었다.
1분 필사평온그리움
필사하기글뜸
10월 4일 · 느릿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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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5), 글뜸 번역
柿くへば鐘が鳴るなり法隆寺
1895년 가을, 마사오카 시키가 나라 법륭사 근처에서 감을 먹다가 울려 오는 종소리에 한 순간을 새긴 하이쿠. 짧은 17음 안에 가을·과실·고찰의 종이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결을 담아 두었다.
동쪽 울 밑에서 국화를 꺾다 느긋이 남산을 바라본다 산 기운은 해질녘에 아름답고 나는 새들은 짝지어 돌아온다 이 가운데 참뜻이 있으니 말하려 하나 이미 말을 잊었네
도연명 〈음주〉, 글뜸 번역
5세기 초, 벼슬을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간 도연명이 스무 수로 엮은 〈음주〉의 다섯째 수. 취흥을 적은 제목 아래, 그는 울 밑과 저녁 산 사이에서 말이 더 보탤 것 없어지는 순간을 붙잡아 두었다.
과거밖에는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러 보낼 수 없다. 그래서, 그 날이 그리워, 라는 애절한 멜로디의 일본 팝송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것이다.
츠지 히토나리 《냉정과 열정사이 Blu》
2001년 작 《냉정과 열정사이》 Blu 쪽의 결. 츠지 히토나리는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자리를, 정직한 거리로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