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일기를 쓰듯 담이 집으로 갔다. 대문 앞에 서서 마음으로 담아 담아 불렀다. 골목에 발로 쓰는 나의 일기는 온통 담으로 채워졌다.
최진영 《구의 증명》
▸배경 이야기
《구의 증명》에서 화자 담이 매일 밤 한 자리를 향해 걸어가는 결. 일기 쓰듯 반복하는 그 발걸음에서, 최진영은 죽음 뒤에도 끝나지 않는 사랑을 새겼다.
10월 3일 · 노을 지는 저녁
길이별 한 편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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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구의 증명》
《구의 증명》에서 화자 담이 매일 밤 한 자리를 향해 걸어가는 결. 일기 쓰듯 반복하는 그 발걸음에서, 최진영은 죽음 뒤에도 끝나지 않는 사랑을 새겼다.
네 말대로 식은 감자를 전해 받은 사람이 감자를 더 잘 살펴볼 순 있겠지. 그러나 그 감자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살가죽이 벗겨지는 화상을 입고 아파하는 사람을 보고는 뭐가 그리 뜨거웠나 싶겠지.
박지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유작 《다윈 영의 악의 기원》(사계절출판사). 한 사람의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는 끝내 닿지 못한다는 거리의 감각이 박지리 소설의 한 결이다. 그 거리를 부정하지 않는 자리에서 글이 시작된다.
나는 환희와 분노로 뒤엉킨 채 마음속의 모든 것을 그에게 쏟아내며 울부짖었다. 그는 한껏 자신만만해했다. 왜 안 그러겠는가? 하지만 그의 확신은 여자의 머리카락 한 올만큼의 가치도 없다. 그는 죽은 사람처럼 살았기 때문에 살아 있다고 확신하지도 못했다. 그와 반대로 나는 빈손을 가진 것 같지만 나는 나에 대해 확신했고, 모든 것에 대해 확신했으며, 내 삶과 곧 닥칠 죽음에 대해 그보다 더 확신하고 있었다. 그랬다, 나는 그것뿐이었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
《이방인》 마지막 자리. 사형 직전 뫼르소가 자기 안의 환희와 분노를 모두 쏟아내는 결로, 카뮈는 부조리 속의 가장 정직한 자기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