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배경 이야기
1925년 시집 《진달래꽃》의 표제시. 김소월은 떠나가는 사랑을 잡지 않고 보내는 자리에 한 송이 꽃을 놓아두었다. 보내드림이라는 그 한 마디 안에 가장 깊은 슬픔이 묻혀 있는 시다.
5월 16일 · 고요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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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진달래꽃〉
1925년 시집 《진달래꽃》의 표제시. 김소월은 떠나가는 사랑을 잡지 않고 보내는 자리에 한 송이 꽃을 놓아두었다. 보내드림이라는 그 한 마디 안에 가장 깊은 슬픔이 묻혀 있는 시다.
절망은 무언가를 잃은 자리에 오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 자리에 온다. 우리는 늘 어떤 사람이 되라고 요구받지만, 그 요구를 따르는 동안 정작 자기 자신과는 멀어진다. 절망은 그 거리에서 시작된다.
키에르케고르 《죽음에 이르는 병》, 글뜸 풀이
1849년 작 《죽음에 이르는 병》.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무언가의 결여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어긋난 상태로 정의했다.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함 — 그것이 그가 본 절망의 자리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1934년 발표, 《영랑시집》(1935) 수록. 김영랑은 모란이 피는 짧은 시간을 기다리는 일 자체가 한 해의 의미가 되는 자리를 시 안에 새겼다. 기다림이 곧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는 역설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