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기형도 《빈집》
▸배경 이야기
1989년 갑작스레 떠나기 직전 기형도가 남긴 시. 사랑을 잃은 자리, 짧았던 밤들에 작별을 건네는 결로, 시인은 청춘의 마지막 그늘을 가만히 새겼다.
5월 27일 · 깊은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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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빈집》
1989년 갑작스레 떠나기 직전 기형도가 남긴 시. 사랑을 잃은 자리, 짧았던 밤들에 작별을 건네는 결로, 시인은 청춘의 마지막 그늘을 가만히 새겼다.
옛적에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였다. 스스로 즐거워서 마음에 흡족하였다.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 보니 틀림없이 장주였다. 알지 못하겠다. 장주의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의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장주와 나비는 분명히 다른 것. 이를 일컬어 만물의 변이라 한다.
《장자》 〈제물론〉
기원전 4세기 장자의 〈제물론〉에 나오는 호접지몽. 꿈에서 나비가 된 자신과 깨어나 자신이 된 나비를 구분하지 못하는 자리에서, 장자는 만물의 경계가 결국 한 자리임을 가만히 그렸다.
훌륭해질 수 있을까? 그 무렵부터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없었기에, 늘 공허하게 발버둥 쳤다. 내겐 열 겹 스무 겹의 가면이 착 달라붙어 있어서, 어느 것이 얼마나 슬픈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어떤 쓸쓸한 배출구를 발견했다. 창작이었다. 여기엔 수많은 동류가 있어, 다들 나와 마찬가지로 영문을 알 수 없는 이 떨림을 응시하고 있는 듯 여겨졌다. 작가가 되자, 작가가 되자. 나는 남몰래 소망했다.
다자이 오사무 《만년》
다자이의 첫 단편집 《만년》(1936)에 실린 한 대목. 일평생 자기 안의 결핍을 응시한 작가가 그 결핍에서 가까스로 찾은 출구가 글쓰기였다는, 가만한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