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그대로, 종일 벼루를 마주하고, 마음에 떠오르는 시시한 일들을 두서없이 적어 가다 보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미친 듯 빠져든다.
요시다 겐코 《도연초》 서장,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14세기 일본 가마쿠라 말기의 승려 요시다 겐코가 쓴 수필집 《도연초》의 첫 단상. 심심함을 잊으려 무심히 적은 문장이 미친 듯한 몰입이 되는 자리를, 그는 모든 글쓰기의 시작으로 짚어 두었다.
5월 26일 · 어스름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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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겐코 《도연초》 서장, 글뜸 번역
14세기 일본 가마쿠라 말기의 승려 요시다 겐코가 쓴 수필집 《도연초》의 첫 단상. 심심함을 잊으려 무심히 적은 문장이 미친 듯한 몰입이 되는 자리를, 그는 모든 글쓰기의 시작으로 짚어 두었다.
돌아간다는 말은 어디서 왔는지 안다는 뜻이다. 멀리 나간 자만이 돌아올 곳을 안다. 우리는 자주 길을 잘못 들었다고 느끼지만, 잘못 든 길도 돌아오는 길을 가르쳐 준다. 길을 잃은 시간이 우리에게 집을 알려준다.
도연명 〈귀거래사〉, 글뜸 풀이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이 405년에 쓴 〈귀거래사〉. 그는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며 이 노래를 지었다. 멀리 나간 자만이 돌아올 곳을 알아본다는 결이, 이 짧은 가사를 1600년 동안 살게 했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펼치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에게 명하시어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쪽의 햇살을 주시어 완성에 이르도록 하시고 무거운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을 깃들게 하소서. 지금 집을 짓지 못한 자는 다시는 짓지 못하리라. 지금 외로운 자는 오래도록 외로울 것이며 잠 못 들어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쓰며 나뭇잎이 흩날릴 때 가로수 길을 쉼 없이 헤맬 것이다.
릴케 《가을날》
릴케 〈가을날〉의 한 자리. 여름의 위대함이 지나가고 햇빛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로 펼치라 부르는 결로, 시인은 가을의 무게를 신에게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