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은, 오래 생각해 보아도 좋은 일이다.
다자이 오사무 《여시아문》,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1948년, 다자이가 자살하기 직전에 쓴 비평적 에세이 《여시아문》의 한 줄. 자기 안의 어둠을 평생 응시해 온 작가가 끝자락에서 남긴, 가만한 긍정이다.
5월 26일 · 맑은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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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여시아문》, 글뜸 번역
1948년, 다자이가 자살하기 직전에 쓴 비평적 에세이 《여시아문》의 한 줄. 자기 안의 어둠을 평생 응시해 온 작가가 끝자락에서 남긴, 가만한 긍정이다.
한 마음이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나의 삶은 헛되지 않다. 한 사람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다면, 한 고통을 식힐 수 있다면, 기진한 작은 새 한 마리를 둥지로 돌려보낼 수 있다면, 나의 삶은 헛되지 않다.
에밀리 디킨슨 〈내가 만일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출 수 있다면〉, 글뜸 번역
디킨슨이 짧은 시 한 편으로 적은 삶의 자리. 큰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는 일 하나만으로도, 한 생애는 헛되지 않다는 결을 가만히 짚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1934년 발표, 《영랑시집》(1935) 수록. 김영랑은 모란이 피는 짧은 시간을 기다리는 일 자체가 한 해의 의미가 되는 자리를 시 안에 새겼다. 기다림이 곧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는 역설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