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먹으니 종이 울리는구나 호류지
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5),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1895년 가을, 마사오카 시키가 나라 법륭사 근처에서 감을 먹다가 울려 오는 종소리에 한 순간을 새긴 하이쿠. 짧은 17음 안에 가을·과실·고찰의 종이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결을 담아 두었다.
5월 24일 · 고요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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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5), 글뜸 번역
1895년 가을, 마사오카 시키가 나라 법륭사 근처에서 감을 먹다가 울려 오는 종소리에 한 순간을 새긴 하이쿠. 짧은 17음 안에 가을·과실·고찰의 종이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결을 담아 두었다.
바깥에서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비를 막을 수 없고, 다른 이의 말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비가 우리 안에서 어떤 강이 될지는 우리가 정한다. 외부는 우리에게 일을 일으키지 않는다. 우리가 받아내는 자리에서 일이 일어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글뜸 풀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황제 자리에서 자기에게 적어 둔 《명상록》의 결. 외부 사건은 통제할 수 없으나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리가 정한다는 스토아의 핵심을, 그는 평생 자기에게 되풀이해 적었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학교에 있을 때도 내내 구를 기다렸다. 만날 시간은 분명 정해져 있고, 그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대기 중이었다. 오 분, 삼십 분,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심지어 구와 함께 있을 때에도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고, 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내가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구가 죽어버린 지금도 나는 구를 기다리고 있다. 구도 나와 같을까.
최진영 《구의 증명》
2015년 작 《구의 증명》의 결. 밥을 먹는 자리에도 잠을 자는 자리에도 사라진 한 사람을 기다리는 자리에서, 최진영은 살아남은 자의 가장 가까운 슬픔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