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배경 이야기
1925년 시집 《진달래꽃》의 표제시. 김소월은 떠나가는 사랑을 잡지 않고 보내는 자리에 한 송이 꽃을 놓아두었다. 보내드림이라는 그 한 마디 안에 가장 깊은 슬픔이 묻혀 있는 시다.
5월 23일 · 어스름한 밤
길이별 한 편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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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진달래꽃〉
1925년 시집 《진달래꽃》의 표제시. 김소월은 떠나가는 사랑을 잡지 않고 보내는 자리에 한 송이 꽃을 놓아두었다. 보내드림이라는 그 한 마디 안에 가장 깊은 슬픔이 묻혀 있는 시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다. 말을 쉬게 하려는 것도, 자신이 쉬려는 것도 아니었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주는 배려였다. 그리고 영혼이 곁에 왔다 싶으면 그제서야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박민규가 짚은 결. 자기 영혼이 자기 발걸음을 따라오지 못할까 걱정하며 천천히 걷는 한 사람의 자리를, 가만히 그렸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한용운 〈알 수 없어요〉
1926년 시집 《님의 침묵》 수록. 한용운은 알 수 없는 향기·소리·하늘을 잇달아 묻는 형식으로, 답을 얻지 못한 채로도 묻는 일이 곧 사랑의 자세임을 응시했다. 모르는 채로 부르는 호명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