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다가와 무엇이든 바라는 것을 말하라 하자, 그는 대답했다. 햇빛이나 가리지 말아 주시오.
디오게네스, 글뜸 옮김
Ἐν τῷ Κρανείῳ ἡλιουμένῳ αὐτῷ Ἀλέξανδρος ἐπιστάς φησιν, «Αἴτησόν με ὃ θέλεις.» Καὶ ὅς, «Ἀποσκότησόν μου,» φησί.
▸배경 이야기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 6권에 전하는 일화.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람 앞에서 거지 철학자가 바란 것은 오직 가리지 말아 달라는 햇빛 한 줌이었다.
1분 필사자유성찰용기평온
필사하기죽음 대신 빛이 있었다. 그를 짓누르던 것이 슬며시 빠져나가고 있었다. 다 됐다, 누군가 옆에서 말했다. 그는 그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죽음은 다 됐다. 이제 더는 없다.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1886년 발표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마지막 장면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주인공이 맞는 순간을 그린다. 톨스토이는 두려움의 정점에서 죽음이 사라지는 역설을 그려, 끝을 다른 이름으로 다시 세운다.
3분 필사평온희망성찰
필사하기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향수〉
▸배경 이야기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된 시. 정지용은 일본 유학 중 떠나온 고향을 한 풍경 한 풍경 호명하며, 잊지 못함이 곧 사랑의 다른 이름이 됨을 짚어 두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라는 후렴구가 시 전체를 묶는다.
5분 필사그리움평온외로움
필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