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이육사 〈청포도〉
▸배경 이야기
1939년 8월 《문장》에 발표된 시. 식민지의 가장 뜨거운 여름을 칠월의 청포도로 옮기며, 이육사는 청포 입고 올 손님을 기다리는 자리에 새 시대에 대한 갈망을 함께 묻어 두었다.
1904–1944 · 한국 근대
천고 끝에 올 한 사람을 부르며 살아간 시인
글뜸의 결로 만나는 이육사의 글귀 6편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이육사 〈청포도〉
1939년 8월 《문장》에 발표된 시. 식민지의 가장 뜨거운 여름을 칠월의 청포도로 옮기며, 이육사는 청포 입고 올 손님을 기다리는 자리에 새 시대에 대한 갈망을 함께 묻어 두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이육사 〈광야〉
이육사 사후 1945년 12월 《자유신문》에 발표된 유고시. 시간의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광야에 서서, 그는 천고 끝에 올 백마 탄 초인을 부르며 닿을 곳 없는 자가 부르는 호명의 자세를 새겨 두었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이육사 〈절정〉
1940년 1월호 《문장》에 발표된 시. 매운 계절에 휩쓸려 갈 데까지 간 자리에서, 이육사는 도리어 그곳을 무지개 서는 자리라고 부르며 끝까지 밀려간 자만이 볼 수 있는 결을 보여 주었다.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이육사 〈꽃〉
이육사 사후 1945년 《자유신문》에 발표된 유고시. 동방의 가장 메마른 자리에서도 꽃이 빨갛게 피어난다는 한 행을 통해, 그는 살아 있음 자체가 곧 저항의 결임을 짧은 호흡으로 새겨 두었다.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 피진 말아라
이육사 〈교목〉
1940년 《인문평론》에 발표. 봄에 꽃 피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한 그루 교목의 자세에, 이육사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기를 선택한 자가 가져야 할 단단함을 옮겨 두었다.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우에 이끼만 푸르리라.
이육사 〈자야곡〉
1941년 4월 《문장》에 발표. 빛이 들어야 할 고향이 도리어 무덤이 된 자리에서, 이육사는 잃어버린 자리에 대한 슬픔을 끊는 호흡 없이 깊게 묻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