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두 손 가득 풀잎을 들고 와 물었다, 풀이 무엇이냐고. 내가 무어라 답할 수 있었으랴. 나도 그 아이만큼밖에 모르는데.
월트 휘트먼 《풀잎》,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1855년 《풀잎》 초판에 실린 〈Song of Myself〉 6장 첫머리. 미국 자유시의 출발점이 된 시. 휘트먼은 답할 수 없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풀잎 한 줌을 앞에 두고 아이와 같은 자리에 서는 일을 시의 시작으로 삼았다.
5월 19일 · 맑은 오전
길이별 한 편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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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휘트먼 《풀잎》, 글뜸 번역
1855년 《풀잎》 초판에 실린 〈Song of Myself〉 6장 첫머리. 미국 자유시의 출발점이 된 시. 휘트먼은 답할 수 없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풀잎 한 줌을 앞에 두고 아이와 같은 자리에 서는 일을 시의 시작으로 삼았다.
돌아간다는 말은 어디서 왔는지 안다는 뜻이다. 멀리 나간 자만이 돌아올 곳을 안다. 우리는 자주 길을 잘못 들었다고 느끼지만, 잘못 든 길도 돌아오는 길을 가르쳐 준다. 길을 잃은 시간이 우리에게 집을 알려준다.
도연명 〈귀거래사〉, 글뜸 풀이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이 405년에 쓴 〈귀거래사〉. 그는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며 이 노래를 지었다. 멀리 나간 자만이 돌아올 곳을 알아본다는 결이, 이 짧은 가사를 1600년 동안 살게 했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학교에 있을 때도 내내 구를 기다렸다. 만날 시간은 분명 정해져 있고, 그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대기 중이었다. 오 분, 삼십 분,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심지어 구와 함께 있을 때에도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고, 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내가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구가 죽어버린 지금도 나는 구를 기다리고 있다. 구도 나와 같을까.
최진영 《구의 증명》
2015년 작 《구의 증명》의 결. 밥을 먹는 자리에도 잠을 자는 자리에도 사라진 한 사람을 기다리는 자리에서, 최진영은 살아남은 자의 가장 가까운 슬픔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