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와서 놀자꾸나 어미 없는 참새여
고바야시 잇사 하이쿠,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잇사 여섯 살 때의 하이쿠. 세 살에 어머니를 여읜 아이가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참새에게 건넨 말이다. 잇사는 평생 가장 작은 생명에게 가장 가까이 머물렀다.
5월 17일 · 노을 지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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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잇사 하이쿠, 글뜸 번역
잇사 여섯 살 때의 하이쿠. 세 살에 어머니를 여읜 아이가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참새에게 건넨 말이다. 잇사는 평생 가장 작은 생명에게 가장 가까이 머물렀다.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디내야 하는 것이다.
채사장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의 인문 에세이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의 결. 만남이 단순한 두 사람의 마주섬을 넘어 한 사건이 된다는 자리를, 가장 평범한 일상의 결로 새겼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1934년 발표, 《영랑시집》(1935) 수록. 김영랑은 모란이 피는 짧은 시간을 기다리는 일 자체가 한 해의 의미가 되는 자리를 시 안에 새겼다. 기다림이 곧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는 역설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