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김소월 〈먼 후일〉
▸배경 이야기
1925년 시집 《진달래꽃》 수록. 김소월의 초기 대표작으로, 사랑의 시제(時制)를 미래 완료로 옮긴 시. 잊겠다고 말하는 자리에 정작 잊지 못함이 묻혀 있다는 역설의 시다.
10월 3일 · 맑은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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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먼 후일〉
1925년 시집 《진달래꽃》 수록. 김소월의 초기 대표작으로, 사랑의 시제(時制)를 미래 완료로 옮긴 시. 잊겠다고 말하는 자리에 정작 잊지 못함이 묻혀 있다는 역설의 시다.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아 그토록 곱고 아름답고 맑다. 너를 바라보고 있으면 서글픔이 내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두 손을 네 머리 위에 얹고 빌고만 싶어진다, 네가 이대로 맑고 아름답고 곱게 지켜지기를.
하인리히 하이네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아〉, 글뜸 번역
Du bist wie eine Blume, So hold und schön und rein; Ich schau' dich an, und Wehmut Schleicht mir ins Herz hinein. Mir ist, als ob ich die Hände Aufs Haupt dir legen sollt', Betend, daß Gott dich erhalte So rein und schön und hold.
1827년 《노래의 책》에 실린 하이네의 짧은 사랑 시. 꽃처럼 맑은 이를 바라보다 문득 밀려드는 서글픔을 담아, 아름다움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그저 그대로 지켜지기를 비는 자리에 머문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1942년 6월, 도쿄 유학 중에 쓴 시. 윤동주가 남긴 마지막 시기의 작품 중 하나로, 시가 너무 쉽게 써진다는 자각이 곧 식민지 청년의 죄책감으로 되돌아오는 자리를 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