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먹으니 종이 울리는구나 호류지
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5), 글뜸 번역
柿くへば鐘が鳴るなり法隆寺
▸배경 이야기
1895년 가을, 마사오카 시키가 나라 법륭사 근처에서 감을 먹다가 울려 오는 종소리에 한 순간을 새긴 하이쿠. 짧은 17음 안에 가을·과실·고찰의 종이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결을 담아 두었다.
10월 1일 · 짙은 밤
길이별 한 편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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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5), 글뜸 번역
柿くへば鐘が鳴るなり法隆寺
1895년 가을, 마사오카 시키가 나라 법륭사 근처에서 감을 먹다가 울려 오는 종소리에 한 순간을 새긴 하이쿠. 짧은 17음 안에 가을·과실·고찰의 종이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결을 담아 두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 사랑은 아직 내 마음속에 다 꺼지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을 더는 괴롭히지 않기를. 말없이, 희망도 없이 사랑했습니다. 그토록 진실하게, 그토록 다정하게 사랑했으니 부디 다른 이도 그렇게 당신을 사랑하기를.
푸시킨, 글뜸 번역
1829년 러시아 국민시인 푸시킨이 쓴 짧은 연시. 끝난 사랑을 원망 대신 축복으로 매듭지으며, 다른 이도 자신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기를 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자화상》
1939년 9월, 연희전문 재학 중 쓴 시. 우물 속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자기를 응시하는 의식으로 바꾸어, 자신을 미워하다 다시 가엾어하는 양가의 자리를 평면 위에 겹쳐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