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풀이여 무사들이 꾸던 꿈의 자취
마쓰오 바쇼 〈오쿠노 호소미치〉, 글뜸 번역
夏草や兵どもが夢の跡
▸배경 이야기
1689년 바쇼가 후지와라 가문이 멸망한 옛 전쟁터 히라이즈미에 들러 적은 하이쿠. 영광이 머물던 자리에 여름풀만 무성하다는 사실을, 한순간의 풍경 안에 가만히 담았다.
9월 28일 · 깊은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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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오 바쇼 〈오쿠노 호소미치〉, 글뜸 번역
夏草や兵どもが夢の跡
1689년 바쇼가 후지와라 가문이 멸망한 옛 전쟁터 히라이즈미에 들러 적은 하이쿠. 영광이 머물던 자리에 여름풀만 무성하다는 사실을, 한순간의 풍경 안에 가만히 담았다.
원숭이지기가 도토리를 나눠 주며 말했다. 아침에 셋, 저녁에 넷을 주마. 원숭이들이 모두 성을 냈다. 그러면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주마.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
장자 《장자》 〈제물론〉, 글뜸 번역
狙公賦芧,曰:朝三而暮四。眾狙皆怒。曰:然則朝四而暮三。眾狙皆悅。
《장자》 내편 〈제물론〉의 우화, 조삼모사의 출전. 셈은 그대로인데 순서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기쁨과 노여움이 갈렸다. 장자는 판단을 가르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 관점임을 보였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학교에 있을 때도 내내 구를 기다렸다. 만날 시간은 분명 정해져 있고, 그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대기 중이었다. 오 분, 삼십 분,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심지어 구와 함께 있을 때에도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고, 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내가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구가 죽어버린 지금도 나는 구를 기다리고 있다. 구도 나와 같을까.
최진영 《구의 증명》
2015년 작 《구의 증명》의 결. 밥을 먹는 자리에도 잠을 자는 자리에도 사라진 한 사람을 기다리는 자리에서, 최진영은 살아남은 자의 가장 가까운 슬픔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