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사랑해 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내 아픔을 언젠간 너도 이해하게 될 거야." 이런 말들은 와닿지 않는 허풍일 뿐이었다.
정영욱 《구원에게》
10월 1일 · 느릿한 오후
길이별 한 편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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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욱 《구원에게》
나도, 다른 누구도 너를 대신해 그 길을 걸어줄 수는 없다 너는 스스로 그 길을 걸어야 한다 그 길은 멀지 않다, 손 닿는 곳에 있다 어쩌면 네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그 길 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길은 물 위에도, 땅 위에도, 어디에나 놓여 있다
월트 휘트먼 《풀잎》, 글뜸 번역
Not I, not any one else can travel that road for you, You must travel it for yourself. It is not far, it is within reach, Perhaps you have been on it since you were born and did not know, Perhaps it is everywhere on water and on land.
《풀잎》 〈나 자신의 노래〉 46절. 휘트먼은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길을, 태어날 때부터 발밑에 놓여 있던 길로 응시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의 표제시. 한용운은 사랑이 떠난 뒤 남는 침묵을, 사랑의 부재가 아니라 사랑의 깊이가 머무는 자리로 옮겼다. 침묵이 곧 말의 또 다른 이름이 되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