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에쿠니 가오리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배경 이야기
2001년 작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쪽의 결. 사랑이 머무를 자리는 결국 사람의 가슴 안밖에 없다는 자리를, 에쿠니는 가만히 새겼다.
10월 1일 · 맑은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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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2001년 작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쪽의 결. 사랑이 머무를 자리는 결국 사람의 가슴 안밖에 없다는 자리를, 에쿠니는 가만히 새겼다.
나와 함께 늙어 갑시다. 가장 좋은 때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삶의 마지막은, 그 처음이 있었던 까닭입니다. 우리의 시간은 온전한 하나로 지어졌고, 젊음은 그 절반만을 보여 줄 뿐입니다.
로버트 브라우닝 〈랍비 벤 에즈라〉, 글뜸 번역
Grow old along with me! The best is yet to be, The last of life, for which the first was made: Our times are in His hand Who saith "A whole I planned, Youth shows but half; trust God: see all, nor be afraid!"
1864년 시집에 실린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12세기 유대 시인 이븐 에즈라의 목소리를 빌려, 늙어 감을 쇠락이 아니라 함께 걸어온 삶이 온전해지는 시간으로 바라보는 자리를 연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전문)
1926년 시집 《님의 침묵》의 표제시. 한용운은 떠난 님을 보내지 않았다고 말하며, 이별을 만남의 다른 이름으로, 침묵을 노래로 뒤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