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정지용 〈호수 1〉
▸배경 이야기
1930년 《시문학》 1호에 발표. 정지용은 단 두 연 짧은 시 안에 얼굴은 가릴 수 있어도 그리움은 가릴 수 없다는 자리를 새겨 놓았다. 보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호수로 옮긴 시다.
5월 26일 · 노을 지는 저녁
길이별 한 편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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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호수 1〉
1930년 《시문학》 1호에 발표. 정지용은 단 두 연 짧은 시 안에 얼굴은 가릴 수 있어도 그리움은 가릴 수 없다는 자리를 새겨 놓았다. 보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호수로 옮긴 시다.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년 《개벽》 70호에 발표. 이상화는 빼앗긴 땅 위에 그래도 오는 봄을 보며, 빼앗긴 자가 자연 앞에서도 자기 자리를 의심해야 하는 슬픔을 시로 옮겨 적었다. 자연의 순환과 식민의 어긋남이 한 자리에 놓이는 시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년 《개벽》 70호에 발표. 이상화는 빼앗긴 땅 위에 그래도 오는 봄을 보며, 빼앗긴 자가 자연 앞에서도 자기 자리를 의심해야 하는 슬픔을 시로 옮겨 적었다. 자연의 순환과 식민의 어긋남이 한 자리에 놓이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