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할 수 있는 건 저 야경뿐이라는 거요
한강 《여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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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 깊은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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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여수의 사랑》
간과 쓸개는 한 몸에 붙어 있다. 그러나 마음이 등을 돌리면 그 사이로 초나라와 월나라만 한 강이 흐르고, 마음이 돌아오면 멀던 강도 마른다. 거리는 사물에 있지 않고, 바라보는 자리에서 태어난다.
肝膽楚越 (《장자》 덕충부), 글뜸 풀이
自其異者視之,肝膽楚越也;自其同者視之,萬物皆一也。
《장자》 덕충부에서 공자의 말로 전해지는 구절. 장자는 같은 것도 다름의 눈으로 보면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멀어지고, 같음의 눈으로 보면 만물이 하나가 됨을, 간과 쓸개의 거리로 응시한다.
전 아직도 가끔 솜 인간이 되는 상상을 해요. 마음이 무거울 땐 펑펑 울어서 물먹은 솜이 되고, 기분 좋은 날은 햇볕에 바짝 마른 보송한 솜이 되는 거예요. 화가 날 땐 나 자신을 마구 때려도 되겠죠. 솜 인간에게는 자해든 자기 파괴든 조금은 덜 위험하고, 더 보송한 일이 될 거예요. 축축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마를 거예요. 다시 산뜻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요.
김초엽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SF 작가 김초엽의 단편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의 한 자리. 인간이 되는 상상을 멈추지 못하는 한 존재의 결을 통해, 마음의 무게가 어디서 오는지 가만히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