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눈의 깊이를 물었구나
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6), 글뜸 번역
いくたびも雪の深さを尋ねけり
▸배경 이야기
1896년 결핵으로 병상에 누운 시키가 창밖을 보지 못한 채 곁의 사람에게 거듭 눈의 깊이를 묻는 모습을 적은 하이쿠. 보지 못하는 자의 호기심이 곧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되는 자리다.
9월 28일 · 어스름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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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6), 글뜸 번역
いくたびも雪の深さを尋ねけり
1896년 결핵으로 병상에 누운 시키가 창밖을 보지 못한 채 곁의 사람에게 거듭 눈의 깊이를 묻는 모습을 적은 하이쿠. 보지 못하는 자의 호기심이 곧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되는 자리다.
쓸모 있다는 말은 오래 쓰인다는 뜻이 아니다. 쓸모 있는 나무는 베어진다. 들판에 남아 있는 나무는 누구도 베러 오지 않은 나무다. 쓸모로 자기를 증명하려 할수록, 우리는 자기를 빨리 닳게 한다.
장자 《장자》, 글뜸 풀이
山木自寇也,膏火自煎也。桂可食,故伐之;漆可用,故割之。人皆知有用之用,而莫知無用之用也。
장자 〈인간세〉편의 결. 산속의 큰 나무가 쓸모없어 보여 도리어 천수를 누렸다는 이야기를 통해, 장자는 쓸모로 자기를 증명하려는 자가 가장 빨리 소진된다는 역설을 응시한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 〈초혼〉 (전문)
1925년 시집 《진달래꽃》에 실린 김소월의 시. 죽은 이의 이름을 목이 쉬도록 부르는 전통 초혼(招魂) 의식을, 하늘과 땅 사이 닿지 않는 거리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