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심어 울을 삼고 솔 가꾸어 정자로다. 백운 덮인 데 날 있는 줄 제 뉘 알리. 정반에 학 배회하니 긔 벗인가 하노라.
김장생
▸배경 이야기
조선 중기 예학자 사계 김장생의 시조. 한가로운 자연 속에 자기 자리를 가만히 두는 학자의 절제된 마음결을, 짧은 세 줄에 담았다.
5월 21일 · 고요한 아침
길이별 한 편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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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생
조선 중기 예학자 사계 김장생의 시조. 한가로운 자연 속에 자기 자리를 가만히 두는 학자의 절제된 마음결을, 짧은 세 줄에 담았다.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이상 〈꽃나무〉
1933년 이상의 시 〈꽃나무〉. 벌판 한가운데 홀로 선 꽃나무가 자기와 닮은 다른 꽃나무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자리를, 가만한 산문 호흡에 담아낸 시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자화상》
1939년 9월, 연희전문 재학 중 쓴 시. 우물 속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자기를 응시하는 의식으로 바꾸어, 자신을 미워하다 다시 가엾어하는 양가의 자리를 평면 위에 겹쳐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