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미는 매미 소리
마쓰오 바쇼 《오쿠노 호소미치》, 글뜸 번역
閑さや岩にしみ入蝉の聲
▸배경 이야기
1689년 길을 가다 야마가타의 산사 릿샤쿠지에서 쓴 하이쿠로, 소라의 수행일기에는 초고 '돌에 스며드는 매미 소리'가 남아 있다. 문 닫힌 당집들이 소리 하나 내지 않는 산에서, 바쇼는 매미 소리를 들어 고요의 깊이를 헤아렸다. 한국에서는 《오쿠로 가는 좁은 길》로도 불린다.
10월 8일 · 느릿한 오후
길이별 한 편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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閑さや岩にしみ入蝉の聲
1689년 길을 가다 야마가타의 산사 릿샤쿠지에서 쓴 하이쿠로, 소라의 수행일기에는 초고 '돌에 스며드는 매미 소리'가 남아 있다. 문 닫힌 당집들이 소리 하나 내지 않는 산에서, 바쇼는 매미 소리를 들어 고요의 깊이를 헤아렸다. 한국에서는 《오쿠로 가는 좁은 길》로도 불린다.
성격이 곧 운명이라고, 헤라클레이토스는 적었다. 운명이 따로 찾아와 등을 미는 것이 아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되풀이하는 일, 매일 같은 말로 넘기는 일이 쌓여 그 사람의 길이 된다. 어제와 같은 아침을 또 한 번 보내는 중에도 길은 조금 더 깊어진다.
헤라클레이토스 단편, 글뜸 풀이
ἦθος ἀνθρώπῳ δαίμων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긴 단편 119. '인간의 성격이 곧 그의 운명이다(ἦθος ἀνθρώπῳ δαίμων)'라는 한 줄에서, 그는 운명을 외부의 힘이 아닌 자기 자신의 누적으로 다시 정의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1934년 발표, 《영랑시집》(1935) 수록. 김영랑은 모란이 피는 짧은 시간을 기다리는 일 자체가 한 해의 의미가 되는 자리를 시 안에 새겼다. 기다림이 곧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는 역설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