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통증이 오거나 쾌감을 느끼는 순간에만 자신의 육체를 의식하게 된다. 내향성 발톱 때문에 고생을 해봐야 발톱이 자란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위장염을 앓아 봐야 내장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러한 것에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육체를 지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 육체를 이렇게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내 정신을 감싸는 껍데기를 가졌던 게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
▸배경 이야기
2017년 소설 《죽음》 1권, 죽은 직후 영혼이 된 작가가 거울로는 닿지 못했던 각도에서 자기 몸을 살피며 하는 생각. 조용할 때는 없는 것과 같던 몸이 어느 순간부터 있었는지를 되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