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 님 오신 날 밤이거든 굽이굽이 펴리라.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배경 이야기
16세기 황진이의 대표 시조. 동짓달의 가장 긴 밤을 한 허리 베어 봄밤에 펴겠다는 상상으로, 시간을 마음대로 가르고 잇는 사랑의 자세를 보여 주었다. 시간조차 길이가 되는 자리의 시다.
9월 28일 · 느릿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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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16세기 황진이의 대표 시조. 동짓달의 가장 긴 밤을 한 허리 베어 봄밤에 펴겠다는 상상으로, 시간을 마음대로 가르고 잇는 사랑의 자세를 보여 주었다. 시간조차 길이가 되는 자리의 시다.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디내야 하는 것이다.
채사장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의 인문 에세이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의 결. 만남이 단순한 두 사람의 마주섬을 넘어 한 사건이 된다는 자리를, 가장 평범한 일상의 결로 새겼다.
내 심장이 아프고, 나른한 마비가 감각을 짓누른다 독당근을 마신 듯, 둔한 아편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비우고 한순간 전에 망각의 강으로 가라앉은 듯. 너의 행복을 시샘해서가 아니라 너의 행복 속에서 내가 너무 행복한 탓이다. 나무들의 가벼운 날개를 단 숲의 정령이여, 너도밤나무 푸른 그늘, 헤아릴 수 없는 그림자 속 어느 선율의 자리에서 너는 목청껏 편안히 여름을 노래하는구나. 너는 죽으려 태어나지 않았구나, 불멸의 새여! 굶주린 세대도 너를 짓밟지 못한다. 스러지는 이 밤 내가 듣는 이 목소리를 옛날 황제도 촌부도 들었으리. 어쩌면 그 똑같은 노래가 길을 찾아 집을 그리다 병든 룻의 슬픈 가슴을 지나, 낯선 이국의 보리밭에서 눈물짓던 그녀에게 닿았으리. 바로 그 노래가 여러 번 마법의 창을 홀렸으니, 그 창은 위태로운 바다의 물거품 위로, 아득히 잊힌 요정의 나라로 열려 있었네.
존 키츠 〈나이팅게일에게 부치는 송가〉, 글뜸 번역
My heart aches, and a drowsy numbness pains My sense, as though of hemlock I had drunk, Or emptied some dull opiate to the drains One minute past, and Lethe-wards had sunk: 'Tis not through envy of thy happy lot, But being too happy in thine happiness, That thou, light-winged Dryad of the trees, In some melodious plot Of beechen green, and shadows numberless, Singest of summer in full-throated ease. Thou wast not born for death, immortal Bird! No hungry generations tread thee down; The voice I hear this passing night was heard In ancient days by emperor and clown: Perhaps the self-same song that found a path Through the sad heart of Ruth, when, sick for home, She stood in tears amid the alien corn; The same that oft-times hath Charm'd magic casements, opening on the foam Of perilous seas, in faery lands forlorn.
1819년 존 키츠가 스물넷에 쓴 송가. 나이팅게일의 노래에 취해 죽음과 불멸 사이를 오가며, 새의 노래를 황제도 촌부도 들었던 영원한 소리로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