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흩어졌다면, 가만히 한 번 더 들이쉴 것. 호흡은 언제든 처음으로 돌아온다.
석가모니 말씀, 글뜸 풀이
9월 28일 · 느릿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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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글귀숨이 흩어졌다면, 가만히 한 번 더 들이쉴 것. 호흡은 언제든 처음으로 돌아온다.
석가모니 말씀, 글뜸 풀이
얼마나 많은 이가 그대의 빛나던 순간을 사랑했던가, 그대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혹은 거짓으로 사랑했던가. 그러나 단 한 사람은 그대 안의 순례하는 영혼을 사랑했고, 변해 가는 그대 얼굴의 슬픔까지 사랑했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그대 늙었을 때〉, 글뜸 번역
How many loved your moments of glad grace, And loved your beauty with love false or true, But one man loved the pilgrim soul in you, And loved the sorrows of your changing face;
1892년에 쓴 예이츠의 사랑 시. 젊은 날의 아름다움을 사랑한 이들과 달리, 시인은 세월에 변해 가는 얼굴과 그 안의 방황하는 영혼까지 사랑하는 단 하나의 사랑을 조용히 구분해 둔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학교에 있을 때도 내내 구를 기다렸다. 만날 시간은 분명 정해져 있고, 그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대기 중이었다. 오 분, 삼십 분,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심지어 구와 함께 있을 때에도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고, 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내가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구가 죽어버린 지금도 나는 구를 기다리고 있다. 구도 나와 같을까.
최진영 《구의 증명》
2015년 작 《구의 증명》의 결. 밥을 먹는 자리에도 잠을 자는 자리에도 사라진 한 사람을 기다리는 자리에서, 최진영은 살아남은 자의 가장 가까운 슬픔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