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형태 역시 처음에는 추상적이고, 마치 조각을 빚듯 구체화하기 전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거라고 했죠.
김초엽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배경 이야기
김초엽의 단편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에서 욕망을 두고 주고받는 대화의 한 대목. 조각에 빗댄 말이어서, 빚는 손이 누구인가가 물음으로 남는다. 알 수 없는 것을 깎아 가는 쪽에 욕망을 둔다.
10월 7일 · 맑은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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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글귀욕망의 형태 역시 처음에는 추상적이고, 마치 조각을 빚듯 구체화하기 전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거라고 했죠.
김초엽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김초엽의 단편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에서 욕망을 두고 주고받는 대화의 한 대목. 조각에 빗댄 말이어서, 빚는 손이 누구인가가 물음으로 남는다. 알 수 없는 것을 깎아 가는 쪽에 욕망을 둔다.
이 세상에 혼자 태어나 혼자 사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다. 감추고 은폐하고 속이고 위장하고. 나는 모든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유형의 인간이었다. 나 스스로도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징그러웠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고쳐 나가야 할지, 내가 만든 미로에서 내가 헤매고 있는 것처럼 도무지 진실한 관계로 들어가는 문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박지리 《맨홀》
2012년에 나온 박지리의 장편 《맨홀》. 감추고 속이며 쌓아 올린 미로에서 정작 길을 잃는 쪽은 그 미로를 지은 자신이라는 자리를, 이 소설은 눈을 돌리지 않고 지켜본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아무 이유도 두지 말아 주세요,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이렇게 말하지 마세요, “그녀의 미소, 표정, 부드럽게 말하는 모습, 내 생각과 잘 맞아떨어지고 어느 날 분명 기분 좋은 편안함을 가져다준 생각의 버릇 때문에 사랑한다”고. 사랑하는 이여, 이런 것들은 그 자체가 변하거나 그대에게 달라질 수 있으니, 그렇게 맺은 사랑은 그렇게 풀릴 수도 있어요. 그대의 다정한 연민이 내 볼의 눈물을 닦아 준다는 이유로도 사랑하지 마세요. 그대의 위로를 오래 받은 이는 울음을 잊고, 그 때문에 그대의 사랑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사랑을 위해 나를 사랑해 주세요, 언제까지나 사랑의 영원을 지나 사랑할 수 있도록.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소네트 14〉, 글뜸 번역
If thou must love me, let it be for nought Except for love’s sake only. Do not say “I love her for her smile … her look … her way Of speaking gently, … for a trick of thought That falls in well with mine, and certes brought A sense of pleasant ease on such a day”— For these things in themselves, Belovèd, may Be changed, or change for thee,—and love, so wrought, May be unwrought so. Neither love me for Thine own dear pity’s wiping my cheeks dry,— A creature might forget to weep, who bore Thy comfort long, and lose thy love thereby! But love me for love’s sake, that evermore Thou may’st love on, through love’s eternity.
1850년 《포르투갈에서 온 소네트》에 실린 열네 번째 시. 로버트 브라우닝에게 보낸 사랑의 노래로, 시인은 아름다움이나 연민처럼 변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니라 사랑 그 자체를 사랑의 자리로 삼기를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