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눈의 깊이를 물었구나
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6),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1896년 결핵으로 병상에 누운 시키가 창밖을 보지 못한 채 곁의 사람에게 거듭 눈의 깊이를 묻는 모습을 적은 하이쿠. 보지 못하는 자의 호기심이 곧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되는 자리다.
1분 필사우울성찰
필사하기글뜸
5월 18일 · 어스름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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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6), 글뜸 번역
1896년 결핵으로 병상에 누운 시키가 창밖을 보지 못한 채 곁의 사람에게 거듭 눈의 깊이를 묻는 모습을 적은 하이쿠. 보지 못하는 자의 호기심이 곧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되는 자리다.
네 말대로 식은 감자를 전해 받은 사람이 감자를 더 잘 살펴볼 순 있겠지. 그러나 그 감자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살가죽이 벗겨지는 화상을 입고 아파하는 사람을 보고는 뭐가 그리 뜨거웠나 싶겠지.
박지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유작 《다윈 영의 악의 기원》(사계절출판사). 한 사람의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는 끝내 닿지 못한다는 거리의 감각이 박지리 소설의 한 결이다. 그 거리를 부정하지 않는 자리에서 글이 시작된다.
과거밖에는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러 보낼 수 없다. 그래서, 그 날이 그리워, 라는 애절한 멜로디의 일본 팝송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것이다.
츠지 히토나리 《냉정과 열정사이 Blu》
2001년 작 《냉정과 열정사이》 Blu 쪽의 결. 츠지 히토나리는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자리를, 정직한 거리로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