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죽고 저녁에 태어나는 사람의 자리는, 물 위에 떠오르는 거품과 다를 바 없다.
가모노 초메이 《호조키》,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1212년 작 《호조키》 도입부, 강물의 흐름에 이어지는 한 줄. 가모노 초메이는 한 사람의 삶과 거처가 물 위의 거품처럼 한순간이라는 결을, 가마쿠라 초기의 격동 속에서 가만히 새겼다.
5월 18일 · 느릿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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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노 초메이 《호조키》, 글뜸 번역
1212년 작 《호조키》 도입부, 강물의 흐름에 이어지는 한 줄. 가모노 초메이는 한 사람의 삶과 거처가 물 위의 거품처럼 한순간이라는 결을, 가마쿠라 초기의 격동 속에서 가만히 새겼다.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이상 〈꽃나무〉
1933년 이상의 시 〈꽃나무〉. 벌판 한가운데 홀로 선 꽃나무가 자기와 닮은 다른 꽃나무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자리를, 가만한 산문 호흡에 담아낸 시다.
훌륭해질 수 있을까? 그 무렵부터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없었기에, 늘 공허하게 발버둥 쳤다. 내겐 열 겹 스무 겹의 가면이 착 달라붙어 있어서, 어느 것이 얼마나 슬픈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어떤 쓸쓸한 배출구를 발견했다. 창작이었다. 여기엔 수많은 동류가 있어, 다들 나와 마찬가지로 영문을 알 수 없는 이 떨림을 응시하고 있는 듯 여겨졌다. 작가가 되자, 작가가 되자. 나는 남몰래 소망했다.
다자이 오사무 《만년》
다자이의 첫 단편집 《만년》(1936)에 실린 한 대목. 일평생 자기 안의 결핍을 응시한 작가가 그 결핍에서 가까스로 찾은 출구가 글쓰기였다는, 가만한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