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기형도 《빈집》
▸배경 이야기
1989년 갑작스레 떠나기 직전 기형도가 남긴 시. 사랑을 잃은 자리, 짧았던 밤들에 작별을 건네는 결로, 시인은 청춘의 마지막 그늘을 가만히 새겼다.
10월 5일 · 어스름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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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빈집》
1989년 갑작스레 떠나기 직전 기형도가 남긴 시. 사랑을 잃은 자리, 짧았던 밤들에 작별을 건네는 결로, 시인은 청춘의 마지막 그늘을 가만히 새겼다.
이것은 내가 어렸을 때, 마을의 모헤이라는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옛날에는, 우리 마을 가까이, 나카야마라는 곳에 작은 성이 있어서, 나카야마 님이라는 영주님이 계셨다고 합니다.
니이미 난키치 《곤 여우》, 글뜸 번역
これは、私が小さいときに、村の茂平というおじいさんからきいたお話です。むかしは、私たちの村のちかくの、中山というところに小さなお城があって、中山さまというおとのさまが、おられたそうです。
1932년 작 《곤 여우》에서 '나'가 어릴 적 모헤이 할아버지에게 들은 마을 가까운 옛 성 이야기를 꺼내는 대목이다. 장어를 훔친 여우가 뒤에 밤과 송이를 몰래 가져다 놓는 이야기를, 니이미는 전해 들은 옛이야기의 목소리에 얹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년 《개벽》 70호에 발표. 이상화는 빼앗긴 땅 위에 그래도 오는 봄을 보며, 빼앗긴 자가 자연 앞에서도 자기 자리를 의심해야 하는 슬픔을 시로 옮겨 적었다. 자연의 순환과 식민의 어긋남이 한 자리에 놓이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