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먹으니 종이 울리는구나 호류지
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5), 글뜸 번역
柿くへば鐘が鳴るなり法隆寺
▸배경 이야기
1895년 가을, 마사오카 시키가 나라 법륭사 근처에서 감을 먹다가 울려 오는 종소리에 한 순간을 새긴 하이쿠. 짧은 17음 안에 가을·과실·고찰의 종이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결을 담아 두었다.
10월 4일 · 맑은 오전
길이별 한 편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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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5), 글뜸 번역
柿くへば鐘が鳴るなり法隆寺
1895년 가을, 마사오카 시키가 나라 법륭사 근처에서 감을 먹다가 울려 오는 종소리에 한 순간을 새긴 하이쿠. 짧은 17음 안에 가을·과실·고찰의 종이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결을 담아 두었다.
이 거미줄은 내 것이다. 누구 허락을 받고 올라왔느냐. 내려가라, 내려가라.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멀쩡하던 거미줄이, 간다타가 매달린 자리에서 뚝 소리를 내며 끊어졌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거미줄》, 글뜸 번역
1918년 발표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거미줄》에서, 지옥에 내려온 거미줄이 끊어지는 대목이다. 부처가 내린 자비의 실 한 가닥이, 나눠 쓰지 못하는 마음 앞에서 순식간에 끊어지는 순간을 응시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1934년 발표, 《영랑시집》(1935) 수록. 김영랑은 모란이 피는 짧은 시간을 기다리는 일 자체가 한 해의 의미가 되는 자리를 시 안에 새겼다. 기다림이 곧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된다는 역설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