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직도 가끔 솜 인간이 되는 상상을 해요. 마음이 무거울 땐 펑펑 울어서 물먹은 솜이 되고, 기분 좋은 날은 햇볕에 바짝 마른 보송한 솜이 되는 거예요. 화가 날 땐 나 자신을 마구 때려도 되겠죠. 솜 인간에게는 자해든 자기 파괴든 조금은 덜 위험하고, 더 보송한 일이 될 거예요. 축축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마를 거예요. 다시 산뜻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요.
김초엽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배경 이야기
김초엽의 단편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에서 한 사람이 털어놓는 공상. 젖으면 무거워지고 마르면 가벼워지는 몸을 빌려 마음의 무게를 만질 수 있는 것으로 옮긴다. 솜이라면 때려도 덜 위험하다는 말이 가장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