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먹으니 종이 울리는구나 호류지
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5), 글뜸 번역
▸배경 이야기
1895년 가을, 마사오카 시키가 나라 법륭사 근처에서 감을 먹다가 울려 오는 종소리에 한 순간을 새긴 하이쿠. 짧은 17음 안에 가을·과실·고찰의 종이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결을 담아 두었다.
5월 19일 · 느릿한 오후
길이별 한 편씩
다른 글귀감을 먹으니 종이 울리는구나 호류지
마사오카 시키 하이쿠 (1895), 글뜸 번역
1895년 가을, 마사오카 시키가 나라 법륭사 근처에서 감을 먹다가 울려 오는 종소리에 한 순간을 새긴 하이쿠. 짧은 17음 안에 가을·과실·고찰의 종이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결을 담아 두었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984년 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결.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 리허설도 없고, 그래서 잘 살았는지 알 수 없다는 자리를, 쿤데라는 평생 다시 짚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년 《개벽》 70호에 발표. 이상화는 빼앗긴 땅 위에 그래도 오는 봄을 보며, 빼앗긴 자가 자연 앞에서도 자기 자리를 의심해야 하는 슬픔을 시로 옮겨 적었다. 자연의 순환과 식민의 어긋남이 한 자리에 놓이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