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사랑한다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한쪽이 다른 쪽에게 녹아드는 일이 아니라, 두 개의 고독이 서로를 지키고, 서로의 경계가 되어 주고, 멀리서 인사를 건네는 일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글뜸 번역
Lieben ist zunächst nichts, was aufgehen, hingeben und sich mit einem Zweiten vereinen heißt … der Liebe, die darin besteht, daß zwei Einsamkeiten einander schützen, grenzen und grüßen.
▸배경 이야기
1904년, 릴케가 시인을 꿈꾸던 청년 카푸스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사랑을 이야기한 한 통. 그는 사랑을 둘이 하나로 녹는 일로 보지 않고, 서로의 고독을 끝까지 지켜 주는 거리에서 사랑이 비로소 깊어진다고 옮겨 적었다.
Geduld zu haben gegen alles Ungelöste in Ihrem Herzen und zu versuchen, die Fragen selbst liebzuhaben … Leben Sie jetzt die Fragen. Vielleicht leben Sie dann allmählich, ohne es zu merken, eines fernen Tages in die Antwort hinein.
▸배경 이야기
릴케가 1903~1908년 사이 젊은 시인 프란츠 카푸스에게 보낸 10통의 편지. 그는 답을 서두르지 말고 물음 자체를 사랑하며 살라고 거듭 적었다. 묻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이 된다는 결이 편지 곳곳에 흐른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펼치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에게 명하시어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쪽의 햇살을 주시어
완성에 이르도록 하시고
무거운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을 깃들게 하소서.
지금 집을 짓지 못한 자는
다시는 짓지 못하리라.
지금 외로운 자는 오래도록 외로울 것이며
잠 못 들어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쓰며
나뭇잎이 흩날릴 때 가로수 길을
쉼 없이 헤맬 것이다.
Herr: es ist Zeit. Der Sommer war sehr groß.
Leg deinen Schatten auf die Sonnenuhren,
und auf den Fluren laß die Winde los.
Befiehl den letzten Früchten voll zu sein;
gieb ihnen noch zwei südlichere Tage,
dränge sie zur Vollendung hin und jage
die letzte Süße in den schweren Wein.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Wer jetzt allein ist, wird es lange bleiben,
wird wachen, lesen, lange Briefe schreiben
und wird in den Alleen hin und her
unruhig wandern, wenn die Blätter treiben.
▸배경 이야기
릴케 〈가을날〉의 한 자리. 여름의 위대함이 지나가고 햇빛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로 펼치라 부르는 결로, 시인은 가을의 무게를 신에게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