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이렇게 대답했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더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 없다고 묻고 또 물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기다리지 못하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고.
최진영 《구의 증명》
▸배경 이야기
《구의 증명》의 한 자리.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는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을, 이모의 입을 빌려 가만히 짚었다.
1981–? · 한국 현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가장 가까이서 적은 소설가
글뜸의 결로 만나는 최진영의 글귀 3편
이모는 이렇게 대답했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더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 없다고 묻고 또 물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기다리지 못하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고.
최진영 《구의 증명》
《구의 증명》의 한 자리.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는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을, 이모의 입을 빌려 가만히 짚었다.
매일 밤 일기를 쓰듯 담이 집으로 갔다. 대문 앞에 서서 마음으로 담아 담아 불렀다. 골목에 발로 쓰는 나의 일기는 온통 담으로 채워졌다.
최진영 《구의 증명》
《구의 증명》에서 화자 담이 매일 밤 한 자리를 향해 걸어가는 결. 일기 쓰듯 반복하는 그 발걸음에서, 최진영은 죽음 뒤에도 끝나지 않는 사랑을 새겼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학교에 있을 때도 내내 구를 기다렸다. 만날 시간은 분명 정해져 있고, 그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 마음은 항상 대기 중이었다. 오 분, 삼십 분,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 종일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심지어 구와 함께 있을 때에도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고, 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도 내가 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다는 뜻일까. 구가 죽어버린 지금도 나는 구를 기다리고 있다. 구도 나와 같을까.
최진영 《구의 증명》
2015년 작 《구의 증명》의 결. 밥을 먹는 자리에도 잠을 자는 자리에도 사라진 한 사람을 기다리는 자리에서, 최진영은 살아남은 자의 가장 가까운 슬픔을 적었다.